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2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하한선’ 조항을 뺀 내년도 미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다. 대신 주한미군 유지를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당장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한국 외교당국 입장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시도를 막을 ‘안전핀’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원 군사위는 1일 오전부터 2022 회계연도 NDAA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 2일 새벽 1,500페이지에 달하는 NDAA 법안을 통과시켰다.
군사위 통과 법안에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포함됐던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현재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항이 빠졌다.
대신 한미동맹의 중요성,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의회 차원의 지지를 표명하는 문구가 삽입됐다. 법안에는 "한국은 미국의 대단히 중요한 동맹이고 주한미군의 주둔은 북한군의 공격에 대한 강력한 억지이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관여의 중요한 지원 플랫폼"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은 한반도 안정을 위한 힘일 뿐 아니라 그 지역 모든 동맹국에 대한 (안전 보장) 재확인"이라고 규정됐다. 이어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동맹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강화해야 하며, 미국 및 동맹에 대한 공격 억지를 위해 기존의 강력한 주한미군 주둔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NDAA는 미국 국방예산을 담은 법안으로, 매년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미 의회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을 NDAA에 반영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군사위를 통과한 NDAA 초안에는 이 대목이 빠져 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나 의회가 향후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 의회 및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감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당초 해당 조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 주둔 미군 감축 시도를 견제하기 위해 들어갔고,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중시해 이런 견제 조항을 굳이 집어넣을 이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으로 설정하고 '강력한 주한미군 주둔 유지'를 강조한 것도 주한미군 재조정은 없다는 미국 의회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원 군사위 이후 상원 군사위와 상ㆍ하원 전체회의, 합동회의 등 앞으로도 NDAA 확정까지는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이 과정에서 조항이 재수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17일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에 “대통령은 여러 번 말한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에서 우리 군대를 감축하려는 의향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