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20조 원 규모 '뉴딜펀드'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한국성장금융)의 투자운용본부장 자리에 이렇다 할 금융경력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선임돼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전날 주주 서한을 발송해 이달 16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인 황현선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를 신임 투자운용2본부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공적 기관의 출자로 2016년 설립돼 그간 성장사다리펀드 등을 운용해 온 한국성장금융은 '한국형 뉴딜펀드'의 운용을 총괄하는 책임을 맡았다.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민간자금의 출자로 향후 5년간 총 2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대규모 정책형 펀드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이 같은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과 코로나19 확산 대응 과정에서 증가한 유동성 관리에 뉴딜펀드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성장금융에 신설되는 투자운용2본부는 뉴딜펀드 운용을 전담하는 핵심 조직이다.
하지만 황 전 행정관은 이런 대형 펀드 운용 책임자가 갖춰야 할 전문성과 거리가 먼 경력을 지녔다. 그는 펀드매니저라면 기본으로 갖춰야 할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기획조정국장을 거쳐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보좌했다. 전형적인 정치권 인사다.
그는 이후 2019년 은행권 부실자산 관리기구인 유암코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에도 구조조정 관련 경력이 전무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인 바 있다. 업계에서는 황 전 행정관을 뉴딜펀드 운용 책임자로 내정한 것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이자 도가 지나친 인사라는 지적이 높다. 수십조 원 규모의 국책 펀드를 비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데 대한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황 전 행정관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한국성장금융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간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는 하나의 조직이었지만 최근 이를 두 개의 본부로 나눴다. 기존 투자운용본부장이었던 서종군 전무가 1본부로 옮기면서 지금의 황 전 행정관이 가게 될 2본부장이 공석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