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최측근이 제1야당에 범여권 정치인을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이 의혹의 핵심 인물인데다, 제기된 의혹이 검찰총장의 사적 소송을 위해 검찰과 정치권이 부적절하게 교류했다는 내용이라 사실로 확인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파장이 확산되자 대검 감찰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라며 최초 보도한 매체에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보도한 의혹의 골자는 총선이 임박한 지난해 4월 3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맡고 있었던 손준성 검사가 검찰 출신인 김웅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손 검사는 당시 '검언유착' 의혹을 두고 윤석열 총장 측에 공세를 펴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열린민주당의 최강욱·황희석 비례대표 후보자 등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적시한 고발장 및 판결문을 김웅 후보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달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직 검사가 재직시 얻은 공적 정보를 사적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중대 범죄다.
의혹을 규명하려면 김웅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고발장과 판결문을 손 검사가 전달한 게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뉴스버스가 보도한 판결문 사진 상단에는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판결문에는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였던 여권 성향의 지모씨 범죄사실이 담겨 있다. '손준성 보냄' 문구는 김웅 의원이 SNS를 통해 손 검사에게 전송받은 파일을 제3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면서 남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사자들은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손 검사는 한국일보에 “(판결문을 보낸) 일이 없다”며 “황당한 보도이고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웅 의원은 “손 검사에게 고발장을 받은 기억이 없고, 당시 제보를 면밀히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고 밝혔다.
손준성 검사가 고발 요청을 한 게 맞다면 자연스럽게 윤석열 총장 연루 여부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손 검사는 당시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면서 내밀한 지시도 이행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자리에 있었다. 수사정보 수집과 분석이 주된 업무지만, 각종 정보를 직보하는 역할도 맡기 때문에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청구의 빌미가 된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작성 책임자도 손 검사였다.
손 검사가 김웅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29기)로 평소 친분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문서를 건넸을 수도 있지만,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범여권 인사를 겨냥한 고발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명이 적힌 판결문을 입수해 수사목적 이외의 용도로 유출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발장에 적힌 내용이 윤 전 총장 개인과 가족, 그리고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을 공격했던 범여권 인사와 언론사 기자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결국 윤 전 총장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정치공작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윤 후보는 총장 재직 중 누구에 대해 고발 사주를 지시한 적이 없다. 흠집내기용 가짜뉴스"라며 뉴스버스에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파장이 커지자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총장의 진상조사 지시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