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발언 5년 끝에…日 화장품 DHC, 19년 만에 한국서 철수

입력
2021.09.02 15:25
DHC 본사 회장, 지속적인 혐한 발언에
국내 '불매운동' 확산·매출 급감
DHC코리아 이달 15일 영업 종료


회장의 혐한(嫌韓)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일본 화장품 기업 DHC가 결국 한국에서 철수한다. DHC코리아를 설립해 사업을 시작한 지 19년 5개월 만이다.

DHC코리아는 지난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 여러분들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국내 영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며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안내로 불편을 드리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DHC코리아는 오는 15일 오후 2시까지 전 제품을 50% 할인 판매하는 '굿바이 세일'을 진행한 후 영업을 공식 종료한다. 마지막 할인 판매 소식이 퍼지면서 2일 기준 공식 온라인 쇼핑몰은 접속자가 몰려 한때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DHC코리아가 불매운동에 휘청이기 시작한 건 요시다 요시아키(吉田嘉明) DHC 회장이 혐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2016년부터다. 당시 요시다 회장은 재일동포를 "가짜 일본인"이라고 표현하며 "일본인으로 귀화했는데 일본 욕만 하거나 작당해 재일 집단을 만들려는 패거리, 이른바 가짜 일본인이 살고 있다"고 말해 비난을 샀다. 2019년엔 자회사인 DHC테레비가 '평화의 소녀상'을 비하하는 온라인 방송을 내보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이후 DHC코리아가 공식 사과했지만 요시다 회장은 꾸준히 혐한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엔 홈페이지에 경쟁사인 산토리에 대해 "산토리의 광고에 기용된 탤런트는 거의 전원이 코리아(한국·조선) 계열 일본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존토리'라고 야유당하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존토리는 재일동포와 한국인 등을 멸시하는 표현인 '존'에 산토리의 '토리'를 합친 단어다.

2002년 4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DHC는 간판제품인 'DHC 딥 클렌징 오일'이 히트 상품 반열에 오르며 연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년간 이어진 불매운동으로 CJ올리브영 등 주요 H&B스토어에서도 퇴출되며 매출이 급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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