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에 쪼그라든 '남북회담' 예산

입력
2021.09.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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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내년 회담 예산 25% 감소한 24억 배정

통일부의 내년도 남북회담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25% 삭감됐다. 남북 통신연락선 단절,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경색 국면을 이어가는 남북관계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금년 대비 248억 원(1.7%) 증액된 1조4,998억 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예산안은 크게 부처 예산인 일반회계와 남북협력기금으로 구분된다. 일반회계 비용 중 인건비 등을 제외한 사업비는 올해보다 0.9% 오른 1,669억 원이 배정됐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이 952억 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57%를 차지했다. 특히 북한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정세분석 예산은 18% 늘어 156억8,500만 원이 편성됐다. 반면 남북회담 관련 예산은 올해 32억5,000만 원에서 24억2,500만 원으로 25%나 깎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올해 남북대화 50주년 행사와 남북회담 영상회의실 구축에 따라 배정된 예산이 사업 완료로 삭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매년 남북회담 예산이 소폭 줄고 있다”면서 “회담 횟수가 우리가 상정한 것보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 차원의 남북회담은 노무현 정부 때 정점(169회)을 찍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36회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통일부는 내년에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집행률이 1.5%에 불과한 남북협력기금 규모를 더 늘려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2022년 예산안에서 남북협력기금은 1조2,694억 원으로 올해(1조2,456억 원)보다 1.9% 증가했다. 민생협력 등 인도적 협력 예산이 6,522억 원(51.5%)을 차지해 절반을 넘었고 남북경제협력(5,893억 원), 남북 사회문화교류 사업(221억 원)이 뒤를 이었다. 내년 3월 한반도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선이 열리는 점을 감안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