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20년 만에 되찾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새 정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3일(현지시간) 중에는 공식 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이란과 비슷한 ‘신정일치 체제’의 정부 형태가 될 게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한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지도부 회의를 진행했고, 1일 새 정부 내각 구성을 모두 마쳤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정부뿐 아니라 정치·사회 부문과 관련한 일부 결정도 내려졌다”고 밝혔다. 탈레반 정권 수립 공식 선언은 3일 이뤄질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빠르면 2일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정보문화부는 이미 대통령궁에서 새 정부 출범 기념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2기 정부’의 수장은 예상대로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맡을 예정이다. 최근 3일간의 내각 구성 관련 회의도 아쿤드자다가 주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60세로 추정되는 그는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으로,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며 정치·종교·군사 분야를 관장해 왔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형 지도자’ ‘신도들의 리더’로 불린다. WP는 “탈레반 정부는 이란식 신정체제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지도자가 절대권력을 행사하며 입법·사법·행정부를 모두 좌지우지하고, 그 밑에서 대통령이 행정부를 이끌며 대외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이란의 통치 형태와 유사할 것이라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은 탈레반 고위 관리를 인용해 “탈레반은 미군의 완전 철수를 기다려 왔다”며 “조만간 아쿤드자다가 공개 석상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탈레반 공동 설립자이자 ‘조직 내 2인자’로 미국과의 평화협상을 주도한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정부 수반으로 행정 업무를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무장관 기용설도 있다. 연계조직 하카니 분파의 수장으로 군사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 탈레반 첫 지도자인 고(故)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무하마드 야쿠브도 요직에 기용될 게 유력하다. 내무장관에는 사다르 이브라힘, 재무장관에는 굴 아그하가 이미 임명된 상태다.
다만 그간의 ‘포용 정부’ 약속에도 불구, 여성 각료 기용이나 기존 아프간 정부 인사들의 중용 가능성은 매우 낮다. 카타르 소재 탈레반 정치사무소 부대표 세르 압스 스타네크자이는 이날 영국 BBC방송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정부에) 여성도 포함되지만 고위직은 아니고 더 낮은 직급일 것”이라며 “또 지난 20년간 아프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배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反)탈레반 인사들도 배제될 공산이 크다. 아프간 북부 판시지르에 집결한 저항세력 민족저항전선(NRF)과의 협상도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WP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탈레반과 저항군 간 교전이 벌어졌고, 양쪽 모두에서 다수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탈레반이 판시지르의 한 지역을 탈환했으며, 저항군 진압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