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를 공개 비판했던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암살 미수 사건의 배후가 군부였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암살을 직접 사주한 인물이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얀마인 무기거래상으로 밝혀진 가운데, 그의 뒷배로 미얀마 방위산업계의 최고 거물이 지목됐다. ‘군부→방산 거물→무기상’의 지시 구조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는 관측이다.
2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6일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역에서 초 모 툰 유엔 대사 살해를 공모한 혐의로 체포된 표 헤인 툿과 예 헤인 조에게 암살 자금을 제공한 인물은 태국에 거주 중인 미얀마인 사업가 우 웨이 코로 밝혀졌다. 코는 실제로 툿 등에게 4,000달러(460여만 원)의 착수금을 보내고, 암살 성공 시 1,000달러(약 115만 원)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인물이다. 코는 군정 시절 내무부 특별수사국장을 역임했던 조의 부친과 친분을 이용해 이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 코는 태국에 거주지를 둔 성공한 건설업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 설립한 AK건설사를 통해 미얀마 양곤과 만달레이, 캄보디아 등에 다수의 호텔과 카지노를 운영하는 사업가.' 그의 명함에 등재된 공식 직책이다. 하지만 코의 실체는 미얀마 군수산업에 투자를 희망하는 태국 기업인들과 군부를 연결시켜주는 무기상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8년 태국 국방군 총사령관이 주최한 양국 군사 교류회 현장에서 목격되는 등 방콕에선 유명한 무기 브로커로 불렸다고 한다.
코의 뒤에는 미얀마 방산업계의 거물인 투 그룹의 따이 자 회장이 서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의 건설사가 자 회장의 방산업체와 다양한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태국의 군용 차량 생산업체와 투 그룹의 사업 제휴도 코가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진 이유에서다. 오랜 무기 거래 경력을 자랑하는 자 회장은 2013년에 이어 지난 6월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대동해 러시아를 방문했던 친군부 핵심 인사다.
미얀마 현지 소식통은 "코가 쿠데타 직후 태국 기업인들에게 '나는 미얀마 상황과 상관없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허가를 군부로부터 받은 사람'이라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며 "현재 코는 태국 경찰에 쫓기는 신세로, 사설 경호원을 고용해 방콕 모처에 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속속 구체화하는 의혹에도 미얀마 군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군부의 유일한 언급은 지난달 9일 "미국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일 뿐, 군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논평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