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0~50% 수준인 주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환 및 산업부문은 부담스러운 눈치다.
우려의 목소리는 산업부문에서 먼저 나왔다. 전경련 등 주요 산업계 단체들은 “이번 상향안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구조를 살피지 못한 조치로, 국내 산업은 막대한 감축비용과 고용충격을 감당해야 하며, 조업축소와 공장 해외이전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전환부문의 사정도 만만찮다.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30% 이상 대폭 확대함과 동시에 석탄발전소 폐쇄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계통연계를 위한 전력망 건설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저장장치(ESS)와 백업전원 구축에도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전환부문은 전력수요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을 위해 산업, 수송, 건물 부문에서 사용되는 화석에너지가 저탄소 전기로 대체되어야 하며, 이로 인해 전력수요가 2050년까지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중립의 핵심전략인 전기화로 인해 에너지소비의 탈탄소화를 지원해야 하는 전환부문의 부담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NDC 35%’라는 도전적 과제 앞에서, 각 부문은 각자 감수해야 할 감축의 고통을 서로에게 미루려는 ‘돌려막기식’ 제로섬 게임을 펼칠 위험이 있다. 특히 산업부문은 현재 검증된 감축수단이 적다는 이유로, 감축수단이 비교적 명확한 전환부문으로 감축목표를 이전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문제 해결이 어려우니 쉬운 길을 찾는 것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전환부문과 산업부문은 전기화를 매개로 연결되어 있기에 전환부문의 비용증가는 반드시 타 소비부문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문 간 협력을 통해 탄소감축 방안을 모색하는 선진국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유럽에서는 주요 전력회사와 제조회사로 구성된 전기화 얼라이언스(Electrification Alliance)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 전략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의 미션 파시블 파트너십(Mission Possible Partnership)은 400개 이상의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참여하여 철강, 화학 등 주요 공정의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엄중한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각 경제부문별로 할당된 감축의무를 회피하려는 노력보다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공동으로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 전체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이지, 특정부문의 부담경감이 아닌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