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파업 5시간 전 정부와 극적 합의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측은 "파업이 목적이 아니라 요구안을 타결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복지부 측도 "의료 인력의 업무 부담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합의안 이행 의지를 내비쳤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막판 타결 과정을 전했다. 전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노정협상은 11시간 뒤인 다음날 오전 2시 합의안을 도출하며 일단 '해피엔딩'을 맞았다.
마라톤 협상에서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은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 인력 기준'을 마련하는 대목이었다. 나 위원장은 "그 이전부터 인력이 워낙 부족했고, 코로나19 때문에 업무가 가중되다 보니 한계점에 이르렀다"며 "현재 인력으로 받을 수 있는 환자보다 확진 환자가 많다"며 인력 기준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정부도 인력 부족을 인정했고,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원인들을 많이 해결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극적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이 나 위원장의 설명이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 기존 인력과 파견 인력 간의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기존 인력은 파견 인력 교육 때문에 업무가 과중됐고, 파견 인력은 전문적인 업무를 할 수 없음에도 급하게 모집하다 보니 임금을 2, 3배 더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이 필요 인력을 직접 채용하게 하고, 정부가 인건비를 보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번에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시행 시기는 올해 11월로 잡았다.
나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TV' 유튜브 채널에 올린 '코로나 중환자실 간호사의 눈물'(https://youtu.be/svHTOYL7sDw)을 꼭 시청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영상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면서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중증환자 병동 파견, 백신 접종 업무까지 해야 했던, 그야말로 '노동력을 갈아 넣으면서 버텼던 1년 8개월'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는데, 조합원의 60%는 간호사다.
정부도 합의안 이행을 다짐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파업으로 가긴 위험한 상황이 됐고, 국민 걱정이 크다"며 "합의 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인력 기준안 관련 "보건의료노조 안을 참고해서 9월까지 인력기준안을 만들고, 유행상황을 보면서 언제부터 병상에 제대로 적용할 것인지 실무논의를 하겠다"는 이행계획을 밝혔다. "10월까지는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의견 대립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현재 코로나19 병상에서 일하는 간호 인력들이 여러 업무부담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그걸 해결하는 게 우선 과제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단 감염병 전담병원을 늘리는 데는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관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70개 권역에 공공병원을 지정해 관리될 수 있도록 요구했고, 복지부는 이를 수용한 상태다.
이 정책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병원을 짓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병원 설립에 지방정부 예산도 포함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병원 신축의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정책관은 예산 문제는 정부 내, 당정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내년 예산안은 일단 짜였고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전담병원 확충 예산이 추가) 반영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