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방지 조항'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과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 간 힘겨루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정 위원장이 2일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간담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뒤 경선 룰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 모두 정 위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정 위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도 세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선 개입을 막기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확장성을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선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각 주자 대리인들은 앞서 1일 정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의견차만 거듭 확인했다. 윤 후보 캠프의 장제원 총괄실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개입하는 건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을 받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 캠프의 박대출 전략총괄본부장도 "역선택을 막는 건 본선 경쟁력을 높이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길"이라며 역시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역선택 룰을 반대하는 주자들을 향해 "심판인 정 위원장을 흔드는 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역선택 방지 룰을 반대하는 쪽은 정 위원장이 경선준비위원회가 이미 결정한 룰을 뒤집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경준위 룰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었기에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 캠프의 오신환 상황실장은 "한 번도 대선 경선에 넣지 않은 룰을 두고 후보 대리인들을 모아 의견을 듣는 행위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논란 자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특정 캠프에 유리하게 가면 결국 경선 파행으로 가고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홍 후보 캠프의 정장수 총무팀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은 반쪽짜리 여론조사를 하자는 의미이고, 스스로 반쪽 정당으로 간다는 것이기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주자 간 설전이 격해지자 정 위원장도 참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윤 전 총장과 유착 관계라 윤 전 총장이 유리하도록 경선 룰을 짤 것이란 일부 주자의 주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견강부회하는 발언은 적절치 못하다"며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는 얘기를 발설했다면 벌써 기사가 나왔을 텐데 그런 기사가 어딨는지 찾아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지난달 초 윤 전 총장과 만난 데 대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국가 원로를 찾아다니는 중에 오겠다고 하는데 그걸 거절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선 룰을 둘러싼 기싸움이 당내 갈등으로 번지자 야권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 측은 한발 물러섰다. 윤 후보 캠프의 윤희석 대변인은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저희는 당 선관위에서 의사를 물어봐 표명한 것이지 꼭 이 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가장 합리적이고 명분 있는 룰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고, 당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무조건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가지 않아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냐'고 되묻자 "그 결정에 대해 무조건 따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빠지면)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자신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