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사, 임단협 교섭 2일 재개하기로...합의점 찾기에 '골몰'

입력
2021.09.01 23:11
HMM 노조, 2일 기자회견 예정

HMM 노사가 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이 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1일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2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HMM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40분까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종료됐다. 협상에는 배재훈 HMM 사장과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 전정근 해상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이날 교섭에서 사측은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장려금 200% 지급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을 계속해서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의 기존 입장에서 상당 부분 물러섰지만, 사측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사 모두 이날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자, 잠시 휴식을 갖고 2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와 관련 2일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전정근 위원장은 "노조 측이 크게 양보해 전향적 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사측과 노조 측 안의 구체적 수치는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육상노조와 해상노조는 모두 쟁의권을 확보해뒀다. 앞서 육상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조합원 791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찬성률 97.88%로 가결했다. 앞서 해상노조도 지난달 22~23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92.1%로 통과시켰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양대 노조에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모두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2일 재개될 교섭이 불발로 끝나면 노조는 향후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육상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결과가 나오면 HMM 노조는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쟁의 계획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1일 예정된 임단협 교섭을 진행한 뒤 입장을 내놓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기업에게 돌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HMM이 약 3주간 파업한다면 이로 인한 피해액이 6,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HMM은 지난 1976년 창립한 이래 파업을 단행한 적이 없다. 해운업이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는 기필코 임금을 정상화하겠단 노조의 의지가 강하다.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8년 동안 임금이 동결된 탓에 국내 중소 선사들 수준으로라도 임금을 회복하려면 올해 연봉 25%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사측의 제시안은 노조원들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HMM은 지난해까지 암흑기를 보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머스크, MSC 등 글로벌 메이저 선사들이 인수합병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가격경쟁력을 키워 나갔지만 HMM은 이런 추세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2011년부터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이에 따라 HMM은 지난해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연봉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동결됐다.

일각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 파업이란 최악의 수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선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벌어질 것인데 그걸 정부가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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