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이 ‘깽판’을 쳐서 많은 사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하다니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폭증하자 이같이 분노했다고 한다. 당시 집회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에 걸린 보수 유튜버가 치료시설에서 주는 음식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소식을 듣고는 “세상이 상식 있게 돌아가야지”라며 원색적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비화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9일 출간하는 ‘승부사 문재인’에 담겼다. 강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최장수(2020년 2월~2021년 4월) 대변인으로 일했다. 책 곳곳에는 문 대통령이 대구 신천지 사태를 비롯해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위해 동분서주한 모습이 담겼다.
저서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문 대통령의 발언 ‘날 것’이 여럿 등장한다. 문 대통령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접하고는 “이게 도대체... 참... 진짜 비열하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강 전 대변인은 한 신문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무현 전 개통령’이라고 표현했을 때는 화를 참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으쌰으쌰’ ‘빨리빨리’를 꼽았다.
지난해 전 국민에게 첫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당시 논의 과정 뒷얘기도 실렸다. 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비상대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라.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다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등에게도 “신신당부하고 싶다.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다음날 “(피해자에게) 목숨으로 책임진 건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가려 했으나 실제 빈소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찾았다. 노 실장은 빈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께서 너무 충격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강 전 대변인은 여당 대선주자 평가도 곁들였다. 그는 정세균 전 총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를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정 전 총리를 빼놓을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이낙연 전 총리 재임 시절은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당ㆍ정ㆍ청이었다”고 회고했다.
비(非)문재인계이자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논평도 빠뜨리지 않았다. 강 전 대변인은 “세간에는 이 지사를 ‘비문’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문 대통령과 이 지사는 ‘케미(호흡)’가 맞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 지사를 ‘여권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강 전 대변인은 1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재직 시절 막전막후가 담긴 가편집본을 배포했다. 공식 출간되는 최종본에서는 일부 내용이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