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화'는 19세기 독일의 그림 형제가 당시 민간 설화를 그러모은 책이다. 이중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개구리 왕자'다. "개구리 왕자가 공주의 달콤한 키스를 받고 저주를 푸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한 대 맞고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란다. 개구리 왕자를 구한 것은 공주의 '선의'가 아니라 양서류를 싫어하는 그의 취향과 다혈질적 성정이었던 것. 이렇듯 '그림 동화' 속 세계는 으레 그러리라 여겨지는 권선징악의 미덕을 따르지 않는다. 그저 삶에서 필요한 것은 반드시 나 아닌 존재로부터 얻게 된다는 이치를 극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대학원에서 한국근대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동화 인류학자를 자처한다. 매일 밤 쌍둥이 자녀에게 읽어주던 '그림 동화'에서 "탐구할 문제들"을 발견하고부터다. "동화야말로 선악에 관심이 없었으며 '그림 동화'는 그 전체가 공생에 관한 지혜의 보고"라는 게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더불어 자신있게 말한다. 엄마로서 정말 배워야 할 것은 '옛이야기' 속에 있다고.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오래 잘살 길을 찾고자 오늘도 공주와 왕자들의 세계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