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종합평가 D 이하면 성과급 ‘0’...'빚잔치' 임원 성과급도 줄인다

입력
2021.09.01 16:00
기재부, 공공기관 평가 개편안 발표
종합등급만으로 성과급 지급
임원 성과급 상한선 20%포인트 낮춰

경영평가 종합등급에서 미흡(D) 또는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다른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도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빚잔치 방만 경영 논란이 계속됐던 공기업 임원의 성과급 상한선도 20%포인트 낮아진다.

기획재정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6월 2020년 경영평가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일부 성과급 대상에 오르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재발 방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공공기관과 전문가 의견 수렴 후 최종 방안을 결정, 내년도 평가편람에 반영할 계획이다.

우선 종합·경영관리·주요사업 등 범주별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현행 방식을 폐지하고, 종합등급만으로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종합등급 평가에선 성과급 미지급(D등급 이하)에 해당된 기관이 경영관리·주요사업 평가에선 C등급 이상을 받아 성과급을 일부 받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 일례가 LH로, LH는 올해 경영관리 평가에서 C등급(종합평가 D등급)을 받아 원칙적으론 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평가 등급은 △S(탁월)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아주 미흡) 등 6단계로 나뉜다.

임원 성과급 상한선도 낮아진다. 현재 공기업 기관장은 평가등급에 따라 기본연봉의 48~120%, 상임이사·감사는 40~100%의 성과급을 받아왔다. 앞으론 각각 40~100%, 32~80%로 하향 조정된다.

성과급 지급 기준은 경영실적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했다. 상대평가 50%, 절대평가 50%였던 기존 기준을 상대평가 40%, 절대평가 50%, 실적 개선도 10%로 바꿔 경영실적을 개선하려 노력한 기관이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대평가에 따른 줄 세우기 경쟁으로 실질적 경영실적 개선은 미흡했다는 지적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단계적으로 상대평가 비중을 줄이고 절대평가·실적 개선도 비중은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리경영 지표 배점을 3점에서 5점으로 확대하고, 중대 위반이나 위법행위 발생 시 윤리경영 부문에 0점을 주기로 했다.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엔 안전경영 지표를 0점 처리한다. 최하등급을 받아도 배점의 20%는 기본점수로 받을 수 있었던 평가방식을 수정해 윤리·안전 경영평가를 강화한 것이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윤리·안전·재무 성과 등 국민 관심과 기대가 큰 국민 체감형 성과지표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평가 도입 37년 만에 계산상 실수로 평가 등급을 번복된 초유의 사태 재발을 막고자 여러 단계에 걸친 검증 체계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내년 9월까지 평가자료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평가단 내부에 평가검증단을 신설한다. 평가 결과 발표에 앞서 해당 기관에 내용을 공유해 이의제기할 기회를 주고, 평가검증단·기재부·공공기관연구센터가 미지막 종합 검증도 하기로 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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