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소수자 거부할 권리도 존중' 발언은 혐오 표현"

입력
2021.09.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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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공무원·방송 혐오표현 중단 대책 마련을"

국가인권위원회는 1일 선거 과정과 선거방송 등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초래하는 혐오 표현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이날 성 소수자 혐오 표현 등에 관한 진정 3건을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각하하면서 "성 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조장하거나 강화할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건 조사는 요건이 안 돼 못하지만,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사안인 만큼 주무부처로서 의견을 표명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된 3건은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퀴어문화축제를 거부할 권리' 발언 △서울시 공무원들의 퀴어문화축제 시청광장 개최 반대 성명 △SBS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 간 키스 장면 삭제 및 모자이크 처리다.

인권위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안철수 예비후보가 올해 2월 TV 토론회에서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선거 기간 정치인의 혐오 표현은 빠르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정당 차원에서 윤리규정에 혐오 표현 예방·금지 조항을 포함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후보자들이 혐오 표현을 하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2019년과 올해 도심 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것과 관련해선 "공무원의 혐오 표현은 공신력 등에 의해 일반인보다 더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고 표적 집단 구성원에게 더 큰 공포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SBS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키스 장면을 삭제한 데 대해서도 "해당 방송사에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표명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심의 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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