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인 마코(眞子·29) 공주가 남자친구 고무로 게이(小室圭·29)와 이르면 연내 결혼한다. 일본 국민 다수 여론이 고무로와의 결혼에 부정적이어서 약혼식이나 결혼식 등 예식은 생략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요미우리신문은 마코 공주가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부친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55) 왕세제의 허락을 얻어, 연내 혼인신고서를 관할 지자체에 낼 계획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창인 두 사람은 5년간 교제 후 지난 2017년 9월에 향후 약혼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인 가코(佳子)와 함께 국민적 관심을 받아 온 마코의 결혼에 많은 일본인들이 축복했지만, 주간지에 고무로 모친의 빚 문제가 폭로된 후 여론이 반전됐다. 고무로의 모친이 과거 재혼을 전제로 장기간 교제한 남성과 헤어지게 되자, 상대 측은 과거 빌려줬던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모친은 “그 돈은 남자가 그냥 준 것이지 빌려준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갚지 않았다. 고무로도 은행에 다니다 퇴사해, 왕실 자금에 기대며 살 것이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었다.
논란이 커지자 궁내청은 2018년 결혼 연기를 발표했다. 고무로는 그해 8월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올해 5월 수료했다. 7월에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렀고, 합격 여부는 올 12월께 발표된다. 왕실은 고무로가 미국 법률사무소에 취업하면 자력으로 경제적 기반을 갖출 것으로 보고 결혼을 허락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모친의 빚 문제와 관련된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고무로를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도 냉담하다. 지난 3월 주간아사히가 1만3,0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6%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마코 공주는 줄곧 고무로와 결혼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친 후미히토가 허락하긴 했지만, 2018년 11월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고 기뻐하는 상황”은 아니어서 예식은 생략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란 전언이다. 만약 마코 공주가 예식 없이 결혼하면 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 후에 일본 왕실에서 의식을 거치지 않고 혼인하는 첫 사례가 된다.
여성 왕족은 결혼 후 왕적에서 이탈하면 거주비 등 생활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일시금을 받는다. 전례에 따르면 약 1억3,700만 엔(약 14억3,000만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코 공주는 국민의 비판을 감안해 일시금 수령을 거부하거나 기부할 생각을 주위에 밝힌 적도 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