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영원한 전쟁을 연장하지 않으려 했다”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혼란 속에 펼쳐진 아프간 대피 작전에 대해서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진행된 미군 철수와 대피를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비판에 대한 정면 돌파에 나선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해 아프간전 종전을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지난 20년간 미국을 이끌어온 외교정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는 우리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는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 가지”라며 “첫 번째,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것 말고 분명하고 성취가능한 목표와 함께 임무를 설정해야 한다. 두 번째 우리는 미국의 핵심 국가안보 이익에 분명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대한 이 (철군) 결정은 아프간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이는 다른 나라들의 재건을 위한 중대 군사작전의 시대 종료를 뜻한다”고 강조하면서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세계가 변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시대의 도전과제로 러시아와 사이버공격, 핵확산도 제시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 10년 더 꼼짝 못 하는 걸 제일 좋아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프간 철군이 중국 견제와 미국 이익 수호 및 경쟁력 확보라는 전체적 대외기조에 따른 결정임을 내세워 정당성을 부각하고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는 모습으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시대에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겠다는 ‘바이든 독트린’을 재차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두고 불거진 각계의 의견 대립에 대해서도 철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아프간 철군 여부는 떠나느냐 아니면 긴장을 고조시키느냐 사이의 선택이었다면서 “나는 ‘영원한 전쟁’을 연장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해야 할 시점”이었다면서 2.461명의 미국인이 아프간에서 희생되고 2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갔으며 분명한 목적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철군 결정에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전쟁의 계속을 청하는 이들에게 묻겠다. 핵심 이익이 무엇인가? 내 생각엔 딱 한가지다. 아프간이 다시는 미국 본토 공격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올바른 결정, 현명한 결정,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인 대피 작전에 대해서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피를 원하는 미국인 90%가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서 남은 미국인들의 대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혼란이 극심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이뤄 냈다는 자평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대피 작전이 본격화한 지난달 14일 이후 약 6,000명의 미국 시민들을 포함해 미군에 협조한 아프간인 등 총 12만3,000여명이 아프간에서 빠져나왔다. 미 정부는 현재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은 100~2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