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면 협심증ㆍ심근경색 같은 동맥경화로 심혈관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단순히 살만 빼기보다 내장지방을 줄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장지방이 피하지방보다 많으면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최수연ㆍ이희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2003~2015년 건강검진에서 심장혈관 컴퓨터단층촬영(CT)을 2회 이상 검사한 1,015명의 관상동맥 석회화 정도와 체지방량을 분석한 결과다.
심장 관상동맥 석회화 검사는 죽상동맥 경화에 의한 관상동맥 석회화 침착 유무와 정도를 평가하는 CT 검사로 조영제 없이 5분 정도 걸린다.
심장혈관에 죽상동맥 경화가 진행되면 칼슘이 쌓여 딱딱하게 굳는다. 석회화 수치가 높으면 심근경색이나 심장혈관 관련 사망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와 그 진행 정도는 심혈관 질환 발병을 예측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CT를 처음 찍고 평균 3.3년 뒤에 CT를 다시 촬영했을 때 37.5%에서 심장혈관 석회화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관찰됐다.
기존에 알려진 심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를 보정한 결과, △비만이거나 △허리둘레가 굵거나 △내장지방이 피하지방보다 많을 때 심장혈관 석회화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내장지방이 피하지방보다 30% 이상 많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심장혈관 석회화가 증가할 위험이 2.2배에 달했다.
비만은 보통 체질량지수(BMI)가 25kg/㎡ 이상, 복부 비만은 허리둘레가 남자 90㎝, 여자 85㎝ 이상일 때를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BMI를 정상(BMI<23㎏/m), 과체중(BMI 23~25㎏/m), 비만군(BMI≥25㎏/m) 또는 허리둘레를 정상(남<90㎝, 여<85㎝), 복부 비만군(남≥90㎝, 여≥85㎝)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그 결과, 비만군이나 과체중 또는 복부 비만군뿐만 아니라 정상 체중에서도 내장지방이 피하지방보다 30% 이상 많으면 심장혈관 석회화가 증가할 위험이 1.9배 증가했다.
이는 외관상 비만이 아니어도 체내 지방 분포가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최 교수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체중을 줄이는 것보다 비만과 정상 체중군 모두에서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장지방을 줄이려면 균형 있는 식사와 함께 중등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Diabetes Metabolism Journal·DMJ'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