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진돗개도 보신탕 될 뻔… 진도군 개농장서 65마리 구조

입력
2021.08.31 18:44
라이프·HSI, 전남 진도군 개농장 폐쇄
구조 과정서 천연기념물  진돗개 발견
농장주 20년간 진도믹스 등 도살 판매
추적 안 되는 진돗개 관리 강화해야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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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의 고장'으로 불리는 전남 진도군 군내면 식용개 농장에서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가 발견됐다. 이는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이 31일 해당 개농장을 폐쇄하고 65마리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라이프와 HSI에 따르면 60대 농장주는 20년 동안 식용 목적으로 진돗개와 진도 믹스종 개들을 매입해 사육, 도살하고 이를 본인이 운영하는 보신탕집에서 판매해왔다.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에 시달리다 지난달 초 개농장을 경찰에 신고했고, 농장주는 현행범으로 적발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진도에 사는 진돗개는 약 1만 마리로 이 중 4,000마리는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돼 내장형 인식칩을 심도록 되어 있다. 나머지 6,000마리는 천연기념물 예비 자원으로 보호받는다. 하지만 그 수가 많다 보니 정작 천연기념물이면서도 추적 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개농장에서 발견된 진돗개도 동물단체가 구조하는 과정에서 리더기로 내장칩을 스캔해 진도군청 등록 천연기념물임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진도군청 관계자는 "농장주는 진돗개를 먹으려고 기른 게 아니며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사육 환경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면서 다른 식용개들과 같은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었다"며 "현 제도 아래에서는 농장주가 마음먹고 천연기념물을 도살해 보신탕으로 판매했어도 적발하기 어려운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와 식용으로 희생된 진돗개의 차이는 없다. 모두 반려동물이다"라며 "도살장 한쪽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목줄은 도살된 개들이 한때는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나라 HSI코리아 캠페인매니저는 "구조된 65마리는 위탁보호소로 이동해서 관리와 보호를 받을 예정"이라며 "국내 입양이 안 되면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이동해 해외입양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