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유예된 언론중재법, 독소조항 걸러내야 한다

입력
2021.09.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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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8월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9월 27일로 연기하고 이 법안을 논의할 8인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8월 국회 내 처리 입장을 고수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일단 한발 물러서 극한 충돌을 피하게 됐다.

다만 여야가 시간을 벌긴 했으나 촉박한 시일 내에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큰 반발을 부른 개정안의 여러 독소조항을 고집하면 협상이 결렬될 게 뻔하고 본회의에서 이를 단독으로 처리하면 더 큰 파국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거의 모든 언론계와 학계, 법조계가 반대하고 국제사회 역시 비판에 가세한 데다 청와대조차 합의처리를 원한 것을 여당은 결코 잊어선 안 된다. 허위·조작 보도라는 엉터리 개념과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등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정말 여당의 진의가 오보에 의한 피해자 구제에 있다면 중재와 정정 절차를 통해 피해자의 명예를 실질적이고 신속하게 회복하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8인 협의체는 양당 의원 각 2명과 각 당이 추천한 언론계 및 관계전문가 2명씩으로 구성된다. 무엇보다 민주당 지도부가 여야 합의 정신을 살리려면 이번 개정안을 주도한 강경파 의원들을 8인 협의체에 참여시켜선 안 된다. 주먹구구식 용어와 위헌적 발상 등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개정안을 만들어 파문을 일으킨 이들에게 다시 협상을 맡기는 것은 이번 논란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정안 주도자 중 한 명인 문체위 소속 김승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안 상정 무산 책임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돌리며 욕설 메시지를 적은 것만 봐도 이들이 또다시 강성 지지층을 부추겨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8인 협의체는 언론중재법만 논의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다른 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