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88%가 1인당 25만 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이 6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체감물가 상승세가 가파른데, 지난해처럼 재난지원금을 계기로 하반기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재난지원금은 통계를 봐도 분명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5월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치솟은 축산물 가격이 대표적이다. 삼겹살 평균가격은 지난해 4월 100g당 1,949원이었다가 6월 2,382원으로 두 달 만에 22.2%나 상승했다. 국거리에 주로 사용되는 한우 양지도 4월 7,440원에서 6월 7.82% 오른 8,000원대를 넘어섰다. 한우 등심도 100g당 1만1,193원에서 1만1,687원으로 오른 뒤, 9월에는 1만2,000원까지 돌파했다. 지난해 5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달보다 0.2% 하락했는데도, 주요 식품 물가는 반대로 오른 것이다.
한번 오른 생활물가는 이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 더 문제다. 지난해 4월 이후 삼겹살 값은 한번도 2,000원대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한우 등심은 상승세가 계속돼 최근 가격은 100g당 1만3,000원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식자재값 인상 여파로 외식물가도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포털에 따르면, 서울 기준 지난해 4~6월 외식 물가는 평균 1.3%가 인상됐다. 품목별로는 △냉면 1.3%(8,885원→9,000원) △김치찌개 백반 1.2%(6,462원→6,538원) △김밥 1.6%(2,446원→2,485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재난지원금도 물가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으로 11조 원 정도 유동성이 더 풀리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줄이겠다고 하는 상황이라 '폴리시 믹스'가 아닌 '폴리시 크래쉬'”라고 비판했다.
실보다 득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물가 인상 요인이 되긴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부족한 민간 소비를 선순환시킬 수 있는 면도 있다”며 “물가 인상이 자영업자에게는 소득이 늘어나고 빚이 줄어드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 저소득층은 소득 대비 식료품 지출 부담이 커 밥상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 총력 대응에 나섰다. 추석 16대 성수품의 하루 평균 공급량을 평상시보다 1.4배 확대하고, 축산물 출하시기를 조정해 소고기는 1.6배, 돼지고기는 1.25배까지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