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 사건을 둘러싸고 전자발찌의 범죄 예방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위치정보에 기반해 우범자를 감시하는 전자발찌의 특성상, 강씨처럼 거주지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사전에 감지할 수 없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씨는 26일 오후 10시를 전후해 40대 여성 A씨를 서울 송파구 소재 자신의 집에서 살해했다. 아직 전자발찌를 끊기 전이었다. 경찰과 관할 보호관찰소는 29일 강씨가 자수하기 전까지 범행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경찰은 강씨가 범행을 자백한 후에야 그가 A씨와 함께 거주지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자기 집에서 범행을 저지른 일은 최근에도 있었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30대 남성 B씨는 온라인 채팅방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겠다며 미성년자 C양을 집으로 유인해 감금 및 성폭행한 혐의로 24일 구속 기소됐다. 강씨 사례처럼, 당국은 이 사건에도 무방비였다. 경찰은 C양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C양이 부모에게 휴대폰 문자로 "납치됐다"면서 건물 위치를 보내기 전까진 실종자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보호관찰소는 B씨가 착용한 전자발찌가 훼손되지 않아 범행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발찌는 GPS(인공위성 기반 위치 확인 시스템)를 통해 보호관찰 대상자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의 감시 장비다. 그렇다 보니 착용자가 주거지처럼 이동 허용 영역 안에서 범행할 경우 1차 감시자인 보호관찰관이 알아채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범죄 전과자들이 자택에서 동종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발행한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신상정보가 등록된 재범 이상 성범죄자 중 6.4%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재범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교통(24.7%), 길거리(13.5%), 목욕탕·찜질방(7.4%) 다음으로 많다. 첫 범행을 주거지에서 저지른 범죄자로 한정해보면 이들 중 37.2%가 또다시 집에서 범행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호관찰 대상자도 이동 허용범위를 벗어나면 문제가 되지만 거주지 내부는 문제되지 않는 걸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동범위 및 시간대 제한 방식으로 범죄를 예방하려는 전자발찌의 태생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체정보 변화를 감지해 사전에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방안이 대표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감시 대상에게 부착한 장비로 심장 박동이나 혈압 등을 점검하고 평소와 다른 수치가 감지되면 대처하는 방식이다.
교화 제도를 보다 정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정시설 출소자가 교화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는 '중간지대'를 만들어 교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행 전자감독 제도로는 재범을 100% 억제할 수 없다"며 "사회와 교정시설의 중간지대 형태로써, 야간에 특정 시설에서 지내게 하거나 외출 제한 명령의 실효성을 높이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