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 "개∙고양이, 식용 도살∙판매 금지 찬성" 

입력
2021.09.01 09:00
어웨어,  동물보호·복지 정책개선에 대한 인식조사
'개, 고양이 식용 도살·판매 행위' 금지에 78.1% 동의
10명 중 3명, "현행법으로 동물학대 예방하기 어려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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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8명개와 고양이를 식용으로 도살∙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물복지문제 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5월 7일부터 11일까지 20~6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개, 고양이를 죽이고 그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생산, 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데 대해 78.1%(1,562명)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이 문항은 개와 고양이를 도살하고, 그 성분이 들어간 음식의 매매를 금지한 대만의 동물보호법 조항을 참조했다. 특히 '매우 찬성한다'는 응답도 48.9%(978명)에 달해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어웨어는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30대(81.1%)와 40대(81.9%)의 찬성 비율이 높은 반면 60대(69.4%)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남성(73.2%)보다 여성(83%)이, 도심(77.7%)보다 농어촌(80.5%)에서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농어촌에서 찬성 비율이 높은 이유는 개농장이나 개식용을 목격한 이들이 많아서라고 어웨어는 설명했다. 진보(79.9%)와 중도(79.8%)층이 보수(74.9%)층보다 찬성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응답자(81.6%)의 찬성 비율이 기른 경험이 없는 응답자(77.7%)보다 높았다.

이번 개식용 금지 찬성 비율은 이전 조사 결과들보다 높은 편이다. 2018년 리얼미터가 동물해방물결의 의뢰로 개 도살 금지법 제정을 놓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44.2%로 '반대한다'는 응답 43.7%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10명 중 9명 "동물 사육 기준 법으로 정해야"

동물보호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2.5%로 대부분의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동물학대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은 30.6%에 그쳤다.

반려동물을 기를 때 기본적 사육 기준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응답자의 90.3%가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 강화를 위해 동물의 기본적인 관리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동물을 다루는 학대 행위 유형을 구분하고 각각 법으로 금지하는 데 대한 동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물, 사료 등 동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제공하지 않고 사육하는 행위'를 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의견이 87.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외 △질병 및 상해를 입은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84.1%) △바닥이 망으로 된 뜬장에 사육하는 행위(82.9%) △동물을 정상적인 움직임이 어려울 정도로 짧은 줄에 묶거나 좁은 공간에 가두어 사육하는 행위(82.5%) △폭염, 한파 등에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81.5%) 등 동물을 방치하거나 기르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육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데 80% 이상이 동의했다.

동물학대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동물학대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96.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 구체적으로 97.3%가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서 피학대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98.3%는 학대자가 일정 기간 다른 동물을 사육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기동물은 기르는 사람 책임감 부족 때문"

유기동물 발생 이유에 대해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책임 인식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이 76.5%로 가장 많았다. △동물유기에 대한 처벌이 낮음(58.5%) △쉬운 반려동물 매매(47.7%) △동물유기에 대한 단속, 수사 미흡(35.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반려동물 의료시스템, 동반 시설 등 반려동물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은 27.7%로 비교적 적었다.

한편 개인이 애완용으로 수입・생산・판매하거나 구매・소유할 수 있는 야생동물 종을 지정하는 '백색목록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3.3%로 나타났다. 특히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6종 외 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이 89.3%로 더 높았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야생동물 수입, 수출, 검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 역시 96.8%로 매우 많았다.

지인에게서 '무료 분양'이 가장 많아

이번 조사에서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23.9%였다. 지역별로는 농어촌 지역에서 현재 기르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이 36.7%로 도심(22.3%)보다 높았다. 기르는 반려동물 종은 개가 66.9%, 고양이가 28.7%로 나타났으며 개의 경우 평균 1.26마리, 고양이의 경우 평균 1.56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반려견을 기르는 응답자 중 동물등록을 한 비율은 76.8%였다.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 경로로는 '지인에게서 무료로 분양'이 42.8%로 가장 많았고 '펫숍 등 동물판매업소'(30.6%), '길에서 구조'(11.7%), '개인 브리더에게서 구입'(9.6%), '지인으로부터 유료로 분양'(9.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과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은 각각 2.9%와 2.5%에 그쳤다.

반려동물 등록제 갱신 등 제도 개선해야

어웨어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1 동물보호·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반려동물 등록 정보 갱신제 도입 △반려동물 양육자 사전 교육 이수제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 지원·홍보 △반려동물 생산 판매 기준 강화 △동물의 적정한 사육·관리 의무화 △개·고양이의 식용 목적 도살·판매 금지 △동물학대자의 동물 사육 제한, △동물보호법의 동물학대 범위 확대 △동물원 관리 강화 및 방향성 전환 △야생동물 수출입, 검역 강화 및 '백색목록' 도입 등 총 10가지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동물보호∙복지제도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나 제도의 수준과 개선 속도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조사 결과는 정부와 국회에 제출해 정책 개선 요구의 근거로 사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