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수사' 윤석열, 육영수 여사 생가 찾아 "어진 모습 생생"

입력
2021.08.31 15:06
대선 경선 앞두고 보수 표심 잡기 본격화
"특검 수사, 인사발령 따른 소임" 선 그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찾았다. 본격적인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보수 표심에 손을 내민 것이다.

윤 전 총장은 31일 충북 순회 첫 일정으로 옥천군에 위치한 육 여사 생가를 방문했다. 그는 생가를 둘러본 뒤 “우리 육영수 여사님은 적십자 활동을 하고 어린이, 여성, 암 환자 등 사회의 약자와 낮은 곳에 있는 분들을 늘 따뜻하고 어진 모습으로 대하셨다”며 “낮은 곳을 향한 어진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에 대해선 국민들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이 많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육 여사님을 비판하는 분들이 없다”고 추어올렸다.

이날 육 여사 생가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대거 몰렸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외쳤지만, 일부는 “박 대통령을 (감옥에서) 꺼내주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은 보수정당 대선주자지만, 윤 전 총장은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그는 이날 충북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제가 수사에 관여한 건 맞으나 그것은 공직자로서 정부 인사발령에 따라 제 소임을 다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표심을 의식한 듯, “박 전 대통령 장기 구금을 안타까워하는 지지자들 마음에는 제가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말씀드렸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윤 전 총장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겨냥해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0일 대구를 찾아 “(박 전 대통령에게)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했다. 측근들에게는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고 했다”고 고백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