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교육 금지 이어 “우등반도 없애라”

입력
2021.08.31 01:07
중국 교육부 학업 부담 경감책 발표
사교육 금지 이어 저학년 지필시험 폐지
시험 성적 공개나 성적순 반편성도 일괄 금지
"교육 불평등 해소로 출산율 제고에 기여"
시진핑, '공동부유'에 따른 불평등 완화 조치

중국 당국이 출산율 제고를 위해 사교육 금지 조치에 이어 우등반 설치 금지 등 학업 부담 경감책도 발표했다. 분배를 강화하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관영매체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다음달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학교 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균형 있게 반을 편성해야 하며, 성적에 따른 우등반을 만들면 안 된다. 수업시간이나 난이도, 진도 등도 정규 교육 계획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돼야 하고, 학교 재량으로 임의로 바꿀 수 없다.

또 교사가 방과 후에 새로운 내용을 수업하는 방안도 금지됐다. 학부모들에게 숙제 검사 등 부담을 주거나 학생에게 반복적ㆍ징벌적 숙제를 내는 것도 금지된다. 시험성적 순위를 매기거나 이를 공개해서는 안 되고, 시험 성적에 따라 소속 반이나 자리를 조정해도 안 된다.

또 초등학교 1ㆍ2학년은 지필시험을 보지 않고, 다른 학년은 기말고사를 한번만 보도록 했으며, 중학교는 과목별로 적절히 중간고사를 치를 수 있다고 밝혔다. 시험 출제 시 표준 교과과정이나 수업 진도를 넘어서는 문제를 내지 말고 난이도를 조절하도록 했으며, 시험 성적은 등급제로 평가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높은 교육비 부담에 따른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구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지만, 중산층은 자녀의 최상위 학교 진학을 위해 1년에 10만 위안(약 1,800만 원)정도를 기꺼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체능 이외의 수학과 영어 등 학과 수업에 대한 사교육을 전면 금지시켰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1,2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같은 조치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 기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내부 불평등을 완화해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시 주석은 지난 17일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의 목표 실현을 위해 분배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서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면서 “인민이 중심이 되는 발전 사상을 견지해 높은 질적 발전 중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학부모들은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여전히 계층이동의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대입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열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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