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셀프 재산신고'에 힘 받는 대선 주자 '부동산 검증론'

입력
2021.08.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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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 "공직자 재산, '프라이버시' 아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본인과 직계존비속의 최근 10년치 재산 변동 내역을 자진 공개했다. 대선 후보는 재산 공개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경선에 앞서 도덕성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선 제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지사가 포문을 열면서 다른 주자들에 대한 ‘부동산 검증’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 전 지사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2020년 자신의 토지와 건물, 예금, 채무 등 재산 변동 흐름을 정리한 문서를 공개했다. 같은 기간 아내와 부모, 취업준비생인 자녀의 부동산 거래 내역도 첨부했다. 그는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언급하며 “‘책임 문화’가 사라진 정치권에 내리치는 죽비”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어떤 공직자보다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대통령 예비후보로서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자료를 보면 원 전 지사의 재산은 2011년 12억1,507만 원에서 지난해 약 19억6,211만 원으로 10년 사이 약 7억4,700만 원 증가했다. 부부 소유 부동산은 2014년 7억5,000만 원에 매입한 배우자 명의의 제주시 소재 주택 한 채가 전부다. 2002년 3억7,500만 원에 구입해 보유 중이던 서울 목동 아파트는 제주지사 당선 2년 만인 2016년 8억3,000만 원에 팔았다. 원 전 지사는 “공직자로서 권한과 사적 이익을 모두 취하겠다는 건 국민의 기대수준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윤 의원 논란 이후 여야 대선 주자들은 부동산 검증에 앞다퉈 찬성 입장을 내고 있다. 자칫 소극적인 태도로 비칠 경우 여론의 비판과 의심의 눈초리가 집중될 수 있어서다. 다만 아직 검증 주체 등 절차와 관련한 세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시행까지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앞서 여야는 국회의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실시한 국민권익위원회를 향해 하나같이 “부실 조사”, “편파 조사” 등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외부 검증이 여의치 않은 만큼 다른 대선주자들이 원 전 지사처럼 ‘셀프 재산신고’ 행렬에 동참할지도 주목된다. 이날 원 전 지사 역시 다른 후보들의 재산 공개를 은근히 압박했다. 그는 “공직자 재산 현황과 변동 내역, 형성 과정이 더 이상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아닌 공직자 자격 검증을 위한 ‘공적 자료’임을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