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대규모 힙합 음악 페스티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두기 없이 밀집돼 함성을 지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며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열린 행사 같아 보일 정도다. 지자체장들은 주최측에 항의하고, 행사에 출연한 힙합 아티스트들은 공개 사과를 했다.
30일 주니치스포츠 등에 따르면 전날 아이치현 도코나메(常滑)시의 야외공연장에선 인파가 밀집된 채 일본 최대 힙합 페스티벌 ‘NAMIMONOGATARI(파도이야기) 2021’가 열렸다. 감염 확산 중 대형 이벤트는 최대 5,000명까지 참가할 수 있지만 사진을 보면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소리지르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주류도 판매됐다. 현장에서 찍힌 동영상에는 출연한 가수들이 관객 바로 앞까지 가서 노래를 부르거나 관중의 함성을 유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1주일 전 열린 일본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후지 록 페스티벌’ 때만 해도 주최측이 감염 방지 대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참석 인원도 줄였고 거리두기가 비교적 지켜졌는데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마치 코로나19와 딴세상인 듯 인파가 운집해 한 매체는 “후지 록이 귀여워 보일 정도”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도쿄도 인구의 절반 정도인 아이치현은 최근 하루 1,000~20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29일 당일만 해도 1,385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고, 병상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행사가 개최되자 인터넷에는 분노한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아이치현에도 비판이 쇄도하자 현지사와 시장 등 지자체장들이 사과하고 주최측을 비난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페스티벌은 이제 끝”이라며 앞으로 주최측에 장소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무라 지사는 “주류 제공 금지 및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사전에 네 차례 주지시켰다”고 해명하고, “지금의 법 제도로는 (개최를 금지할 수 없고) 주최측에 대책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 번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도코나메시의 이토 다츠야 시장도 “상한 인원 5,000명보다 훨씬 밀집됐고 주류 제공도 행해졌다”며 “우리의 권고도 무시하고 현의 지침도 지키지 않은 매우 악의적인 이벤트”라며 주최측에 항의문을 송부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래퍼 Zeebra와 힙합 아티스트 AK-69 등 행사에 출연한 가수들도 사과문을 냈다. 이들은 “감염 대책을 준수한다고 해서 참가했는데 죄송하다”며 “처음부터 출연을 사퇴하거나 개최 중지를 제안했어야 했는데 막대한 폐를 끼쳤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