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의전(儀典)'을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이나 정해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로 풀이한다. 공적으로 치르는 일에 관련된 절차, 행동 규범 같은 것으로, 원뜻으로만 본다면 행사를 효율적이고 품격 있게 완성하는 데 필요한 장치다. 하지만 낡은 의전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신분 차별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때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지탄을 받기도 한다.
□ 문화가 제각각이어서 그 나라 의전에 얼마나 거품이 끼어 있는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 사회에 불필요한 의전이 많다는 서양인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2000년대 초반부터 LG전자 프랑스법인을 10년간 이끌었던 한 프랑스인은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책에서 한국 기업의 성과주의, 위계주의와 함께 이해 못 할 의전을 비판한다. 그 사례로 공항에서 고위 임원 가방 들 사람을 정한다거나 파리 경찰에 경영진 길 안내해주도록 할 수 없냐고 문의받은 일을 들었다. 부회장 사진을 찍었다고 현지법인 직원을 해고하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임시로 머물 충북 진천 인재개발원에서 27일 열린 법무부 차관 브리핑이 논란이 됐다. 비를 피하기 위해 차관 뒤에서 우산 받쳐 든 직원의 무릎 꿇은 사진을 두고 많은 언론이 '황제 의전' '과잉 의전'이라고 했다. 정장 차림으로 비에 젖은 길바닥에 무릎 꿇고 몸을 낮춰 상관에게 우산을 받쳐 든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 기사 제목만 봐서는 법무부가 억지로 직원 무릎을 꿇린 듯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애초 차관 옆에서 우산을 들었던 직원은 브리핑하는 차관만 깔끔하게 화면에 담기 원했던 현장 기자 요청으로 차관 뒤로 자리를 옮겼다. 그마저 자세를 낮추라고 해 엉거주춤 서 있다 무릎까지 꿇은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이런 결과를 원한 건 아니지만 기자가 일련의 행동을 요구하고 법무부가 따르면서 생긴 불상사다. 전말을 따져 영상 취재나 정부의 언론 협조 관행을 돌아볼 기회로 삼으면 될 일을 책임을 나눠진 언론이 황제 의전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