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거리 장단으로 만든 현대 가야금 협주곡 초연"

입력
2021.08.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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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신익과 심포니송 오케스트라 1일 창단 7주년 기념공연

국악의 '굿거리 장단'을 주제로 만든 현대 가야금 협주곡이 초연된다. 새로운 클래식 레퍼토리(곡목)의 발굴에 앞장서 왔던 함신익과 심포니송 오케스트라(심포니송)의 창단 7주년 기념공연에서다.

30일 심포니송에 따르면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동서양 천재들의 멋진 만남' 공연에서는 중국의 드칭 웬 작곡가가 심포니송으로부터 위촉받아 만든 곡 '가야금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굿거리'가 초연된다. 제목 그대로 독주 악기는 가야금이며, 서양악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곡이다. 곡을 쓴 드칭 웬 작곡가는 중국 상하이국제현대음악제의 총감독이자 상하이 음악원 작곡과 과장으로, 중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드칭 웬은 2017년 서울에 머무는 동안 국립국악원에서 4주간 가야금을 연구하게 됐는데, 깊은 영감을 받아 '굿거리'를 썼다. 그 당시 인연을 맺은 이지영 서울대 국악과 교수가 이번 초연의 협연자로 나선다. 이 교수는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다.

'굿거리'는 국악 고유의 선율미를 초현대 기법으로 표현한 곡이다. 오케스트라 곡이지만 20분이 조금 안 되는 연주시간 동안 관악기나 타악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 현악기가 역할을 세부적으로 나눠 풍성한 화성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은 모두 4개의 파트로 나뉘고,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 역시 각각 2개 파트로 구분해서 연주하는 식이다. 여느 오케스트라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편성이다.

가야금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드칭 웬은 "글리산도(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연주하는 기법)와 비브라토(현의 떨림)가 매우 독특한 악기인데, 한국의 음색을 대표한다"고 설명했다. '굿거리'에는 아리랑의 선율이 등장한다. 드칭 웬은 "기쁨과 슬픔, 음악과 소음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혼합돼 있는 아리랑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와 유영욱 피아니스트 협연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도 연주된다. 공연 피날레는 '기적'이라는 별명이 있는 하이든 교향곡 96번이 예정돼 있다. 민간 악단으로서 녹록지 않은 현실을 헤쳐나가며 7년이라는 세월을 기적적으로 버틴 성과를 자축하는 의미가 담겼다.

심포니송에서 '송'은 다음 세대를 위한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의 줄임말이다. 단원들이 연주력을 향상시켜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세대 리더 양성소다. 함신익 심포니송 예술감독은 "고음악부터 현대음악, 교향악에서 실내악까지 폭넓은 장르를 섭렵하면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연주자를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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