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13명의 맥주잔'… 美 아프간 희생 군인 추모 물결

입력
2021.08.30 09:00
美SNS에서 퍼지는 '#예약석' 표시한 빈 테이블 사진
아프간 자살 폭탄 테러로 숨진 미국 군인들 추모

최근 미국 내 카페와 펍 곳곳에선 '예약석'이 표시된 테이블 위에 13잔의 맥주잔이 올려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빈 테이블이지만, 종업원들은 주기적으로 시원한 맥주로 교체한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 13명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미국인들은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된 군인' 13명에 대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모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28일(현지시간) 미국 각지 상인들이 추모 행렬에 동참해 감동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주의 '아이언우드 카페' 사장은 전사자 13명 중 한 명인 막스톤 소비아크 병사가 오하이오 출신이라는 소식을 접한 뒤 매장에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


카페 내 상호명이 적힌 간판 바로 아래 널찍한 테이블을 마련하고 그 위에는 맥주 13잔을 올렸다. 예약석이라고 표시한 종이에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국인 13명을 위해'라고 적었다. 섀넌 바스쿠스 매니저는 "단골손님들이 이 공간을 보며 세상을 떠난 군인과 그의 가족들을 떠올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모금 행렬에 동참한 상인도 많다. 오하이오주의 또 다른 펍인 '니코스 바 앤드 기로스' 사장은 맥주 한 잔을 팔 때마다 1달러씩 희생 군인 13명의 유족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식탁에 들러 조의를 표하세요" 추모 동참하는 美상인들

미국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테이블에 13잔의 술잔을 올린 사진을 공유하며 추모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촛불 사진을 올리며 '예약석' '13명의 군인' '영웅' 등 단어에 해시태그를 다는 방식이다. 잘 차려진 식탁에 13개의 포크와 나이프, 접시를 올려 희생 군인의 넋을 기리는 미국인들도 상당하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펍 '리얼 엔드'는 SNS 계정에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은 13명의 병사들을 위해 예약석을 마련한 전국 술집 행렬에 합류한다"며 "조의를 표하기 위해 식탁에 들르세요"라고 적었다.


델라웨어주에 위치한 이발소 '암스텔 바버숍'은 인스타그램에 추모 공간을 마련한 사진을 올렸다. 비워둔 의자 한 자리에 곱게 접은 성조기를 올렸고, 테이블 위에는 13개의 맥주병을 놨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로버트 알렌은 "희생된 13명의 영웅들을 위한 자리다.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적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