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했던 아프간인 '특별기여자' 390명이 충북 진천에 자리 잡은 지 사흘 만에 이들의 장기 체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과 난민수용반대 시민단체는 아프간인들이 향후 진천에 정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놓여있던 아프간인들을 조건 없이 품은 '미라클 작전'의 감동이 공존에 대한 불안감 탓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29일 충북 진천의 일부 주민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아프간 난민 의견방'을 만들고 법무부 등에 전달할 요구 사항 취합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과 함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아프간인들이 숙소를 이탈하거나 테러와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6주 정도의 인재개발원 생활이 마무리되면, 아프간인들이 진천에 계속 정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민들의 입장은 앞서 인재개발원이 자리 잡은 진천군 덕산읍 주민과 이장단이 지난 24일 대책회의를 통해 수용 의사를 밝혔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 이시종 충북지사는 "일부 불만이 없진 않았지만, 주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양해했다"고 밝혔다. 진천군도 이들의 도착에 맞춰 도로변에 '대한민국은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한다.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길 바란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300명 규모의 진천군 주민 오픈채팅방을 열어 의견을 취합 중인 이모(31)씨는 "주민들은 뉴스를 본 뒤에야 진천군에 아프간 입국자들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 뒤늦게 알아보니 주민대표 간담회도 13분 만에 끝났다. 주민들에게는 어떤 의견수렴이나 공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30일 밤 9시까지 500명 동의를 목표로 서명을 받은뒤 31일 법무부에 주민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난민대책국민행동도 여론전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아프간 입국자에 5년간 체류가 가능하고 취업제한이 없는 F-2 비자를 부여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다만 이들도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간인 특별기여자의 국내 수용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론화를 주도하고 있는 한 진천 주민은 "난민이 모두 범죄자라는 생떼를 쓰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수용 이후 대처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오 난민대책국민행동 대표도 "그들이 단지 한국과 관계된 기관에서 근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용 자체는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무슬림 문화권으로 우리와 함께 거주하기에는 위험한 사고 방식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서 아프간인 특별기여자를 구조한 정부의 '미라클 작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려면, 향후 대처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민정책학회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임동진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해 충남 아산 인재개발원에 우한 교민을 수용할 때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과 수차례 간담회 등을 거쳐 갈등을 해소했다"며 "정부가 주민들과의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무슬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