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위법 의혹에 의원직을 내던졌지만, 정작 사퇴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윤 의원 사퇴를 미루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정치적 공방만 무성할 뿐 사퇴안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국회법상 국회의원 사직서는 회기 중 본회의 의결로 처리된다. 30일엔 본회의가 예정돼 있고, 내달 1일부터 곧장 100일 동안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 기간 박병석 국회의장이 윤 의원의 사퇴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고, 재적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단 박 의장이 여야의 안건 상정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점이 변수인데, 현재로선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사퇴안 처리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이용빈 대변인은 29일 “의원직 사퇴 발표가 희화화되는 것이 싫으면 탈당을 먼저 하고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 행보를 결정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며 사퇴가 아닌 탈당을 촉구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경찰이) 이미 수사에 착수했는데 자연인으로서 수사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사퇴 처리 가능성을 일축했다. 심지어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의원의 사퇴를 ‘쇼’로 규정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사퇴 처리를 꺼리는 건 ‘내로남불’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앞서 국가권익위원회가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으로 지목한 민주당 의원 12명 중 비례대표인 양이원영ㆍ윤미향 의원만 의원총회를 거쳐 출당됐다. 나머지 10명은 탈당을 권유받았지만, 절반인 5명이 이를 거부하자 탈당계를 제출한 5명까지 모두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의원직을 내려놓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부동산 이슈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노림수도 있다. 윤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여론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윤 의원과 국민의힘을 향해 역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원칙론을 내세우며 공을 여당에 돌리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의원이 적극 해명한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면 오히려 민주당에 역풍이 불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회 본회의를 열어 사퇴를 받아주고 자연인의 입장으로 돌아가 특수본(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윤 의원은 사퇴안 처리 여부에 관계 없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의정 활동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민주당이 (사퇴안 가결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 세비를 반납하고 사직서를 내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