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70명이 숨진 테러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또 다른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은 향후 며칠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자국민과 협력한 아프간인들의 대피 작전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강행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카불에서 또 다른 테러 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백악관 국가안보팀의 보고를 받았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이번 카불 대피 임무가 향후 며칠간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군 지휘관들은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에 해당하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표적과 관련한 진전된 계획도 보고했다. 전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여 명이 숨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 속에도 대피 작전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은 마스크와 어두운 양복을 입은 그는 이날 "그들(미군)의 임무는 위험하고 이번 희생은 비극적"이라면서도 "그들이 계속해서 사람들을 그 지역(아프간) 밖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가치 있는 임무"라고 말했다. 떠날 의향이 있는 미국 시민 대피를 최우선으로 하고, 미군 주둔이 종료한 이후에도 제3국적자와 비자 소지 아프간인을 대피시키도록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거듭 공언하고 테러 세력에 대한 군사적 보복 조치까지 약속했으나 날아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긴 역부족인 듯하다. 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우리가 미국의 보안과 관련해 탈레반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공항 외부 안전 문제를 탈레반에게 맡긴 결정이 테러를 막지 못한 결정적 오판이 됐다는 지적이다.
공화당은 대통령직 하야와 탄핵까지 거론했다.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실패한 계획 탓에 이 공격을 허용한 이들부터 책임을 질 때가 왔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국무·국방 장관이 사퇴하거나 탄핵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상원의원인 조시 홀리와 린지 그레이엄도 바이든 탄핵·하야 주장을 거들었다. 미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정책 전문가라고 자칭했지만 이번 폭탄 테러가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며 바이든을 혼란 상태로 빠뜨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