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호랑이 남매 태범·무궁, 백두대간수목원으로 유학간다

입력
2021.08.27 15:59
10월쯤 수목원 호랑이숲에 새 둥지
수목원-에버랜드, 2년간 공동 연구
1~3개월 적응 후 방사 관람객과 재회


에버랜드의 인기스타인 태범(수컷)·무궁 백두산호랑이 남매가 10월 중순쯤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으로 유학한다. 이들은 1~3개월 정도 적응기간을 거친 뒤 호랑이숲에 방사, 일반 관람객들과 재회하게 된다.

이들이 에버랜드 타이거밸리를 떠나 머나먼 봉화 호랑이숲으로 유학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엄마 건곤(2016년생)이가 동갑내기인 아빠 태곤이와 함께 5마리의 동생을 낳았기 때문이다. 타이거밸리는 엄마 아빠 호랑이와 지난해 2월 태어난 태범 무궁 남매, 또 지난 6월에 햇빛을 본 다섯 동생까지 9마리 호랑이 대가족이 살기엔 충분치 않은 공간이다. 게다가 태범 무궁 남매는 아직 어른 호랑이는 아니지만, 부모와 떨어질 시기가 된 것도 백두대간수목원 유학 결정에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와 동식물 교류 및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협약식은 지난 27일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이종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과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 등 양측 관계자가 참석했다.

양측은 먼저 태범 무궁 남매를 에버랜드로부터 무상 이전받아 앞으로 2년간 호랑이 생태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다. 태범 무궁 남매는 지난해 2월 태어났다.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관람객은 물론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스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호랑이 자연 서식지와 가장 가깝게 조성된 축구장 6개 크기인 3.8㏊ 규모의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가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로 성장기의 호랑이가 적응하고 건강하게 지낼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이곳에는 현재 한청(암컷 16살), 우리(수컷 9살) 등 4마리의 백두산호랑이가 살고 있다. 태범 무궁이가 반입되면 6마리가 동거하게 된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호랑이 중 최장수 백두산호랑이로 당시 20살인 두만이가 노환으로 폐사한 이후 추가 반입 계획이 추진돼 왔다.

이번에 태범 무궁이가 반입되면 각각의 생활공간(숙소)이 마련된다. 호랑이의 습성에 따라 합사를 하지 않고 단독 공간을 별도로 제공한다. 한국호랑이 종 보존을 위해 반입하는 관계로 2년 정도 적응 과정을 지켜본 뒤 연구결과에 따라 계속 지낼지 여부가 정해진다.

에버랜드에서는 올해 초부터 사육사들이 백두산호랑이본존센터를 찾아 호랑이 사육 관련 행동풍부화프로그램, 사육 환경 개선을 자문하는 등 반입을 준비했다.

두 기관의 이번 협약은 국내에 한국호랑이를 보유한 기관과 개체 수가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국호랑이에 대한 번식 및 질병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두 기관은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동식물 교류 및 연구, 국내외 동식물 유전자원 수집, 관련 교육 및 전문가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종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멸종위기종인 한국호랑이 보전 프로젝트를 계기로 다양한 동식물 분야로 에버랜드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태범, 무궁이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줌과 동시에 한국호랑이 보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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