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2' 이태곤 "신유신, 정신병 있는 사람" (인터뷰)

입력
2021.08.27 15:37

올 상반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 막을 내렸다. 그 중심에는 단연코 이태곤이 있었다. 그 역시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이태곤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이하 '결사곡2') 종영 소감을 전했다.

먼저 이태곤은 '결사곡2'를 마친 소감에 대해 "10개월을 쉬지 않고 달렸는데 참 힘들었다. 추울 때도 있었고, 계절이 맞지 않아 따뜻한 날에도 롱 코트를 입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날씨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며 "그래도 (지금 돌아보니) 하나의 추억이 됐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보람있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결사곡' 시리즈는 시청률부터 화제성까지 모든 면에서 뜨거운 반응을 자아냈다. 특히 마지막 회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6.6%, 분당 최고 17.2%까지 치솟으며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종편 드라마 시청률 TOP3의 기록으로 유종의 미를 완성했다.

이태곤은 '결사곡'이 큰 사랑을 받을 줄 알았다면서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다.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초로 16%를 찍었다. 반응도 좋고 인기도 실감하게 됐다. 욕을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았다. 제가 제작발표회 때 시청률 15% 이상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다 못 믿었다. 그런데 제 느낌이 맞았다. 저는 분명히 15% 이상 나올 거라 확신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넷플릭스 통해 브라질·스페인 팬들 유입…불륜 질책도

본 방송을 꼭 확인한다는 이태곤은 "본 방송을 못 챙겨보면 넷플릭스로 본다. 제가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꼭 모니터링을 한다. 해외 팬들이 참 많이 생겼다. 제 SNS에 브라질 팬들이나 스페인 팬들이 많이 들어온다. 외국에서 많이 보는 것 같다. 시즌1 때 가족들도 좋아했는데 왜 이렇게 바람을 피냐고 질책한다. 그냥 드라마로 보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유쾌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처럼 이태곤 필모그래피에서 큰 의미를 남긴 '결사곡' 섭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이태곤은 캐스팅 당시를 떠올리며 "골프를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결사곡' 섭외 전화가 왔다. 설명도 없이 무조건 이태곤이 출연해야 한다더라"면서 "임성한 작가는 저를 데뷔시켜준 분이다. 의리가 있기 때문에 흔쾌히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신유신은 불륜을 저지르는 세 명의 남자주인공 중 하나다. 40대 남편을 맡아 이야기 속에 빨려 들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이태곤은 작품을 이끄는 책임감을 크게 느꼈을 터다. 이를 두고 이태곤은 "당연히 주연으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작품이 무너지면 다 주인공 때문이다. 그 책임감은 저 뿐만 아니라 성훈 전노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작품은 모두가 주인공이다. (배우들) 모두 다 잘 해줬다"면서 배우진에게 공을 돌렸다.


'결사곡' 대본 첫인상은 '욕먹겠구나'

'결사곡' 대본을 처음 본 순간도 유독 남달랐다. 이태곤은 "대본을 다 읽지 않아도 재밌는데 욕을 좀 먹겠다는 느낌이 왔다"면서 첫인상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태곤은 자신이 신유신 역으로 캐스팅된 것에 대한 의아함을 품었다는 의외의 답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저도 의아하다. 왜 신유신 역할이었을까. 물론 판사현이나 박해륜 역은 제가 봐도 저와 안 어울린다. 신유신이 가장 비슷할 수 있지만 성격과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다르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불륜에도 당당한 캐릭터, 다정한 아빠이자 남편인 이중성이 소화하기 어렵진 않았을까. 이 과정에서 이태곤을 믿는 임성한 작가의 굳은 신뢰가 빛을 발했다. 실제로 임성한 작가는 이태곤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했고, 이태곤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했다. 더욱이 불륜남이라는 설정 안에서 캐릭터에 대한 온전한 이해도 필요했다.

이태곤은 자신이 맡은 인물에 대해 "극중 판사현 박해륜은 불륜에 당당하지 않다. 거기서 신유신까지 당당하지 않으면 세 인물 모두 똑같아진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내 주장을 펼쳤다. 물론 잘못된 행동이지만 나름 정당성이 있다. 신유신은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다. 어릴 적 트라우마, 사랑받지 못한 애정결핍,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사랑을 못 받은 남자들이 불륜을 많이 저지른다. 주변 실제 그런 사람을 보면서 캐릭터에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임했다"며 남다른 접근 방식을 밝혔다.


내 성공 비결은 '뚝심'

극중 박주미와의 호흡도 완성도를 높였다. 이태곤은 "박주미가 처음에는 (저를) 어색해 하는 게 느껴졌다. 낯을 조금 가리는 성격인가 싶었다. 나중에는 호흡이 잘 맞았다. 웃으면서 서로의 연기를 이해하면서 잘 해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맞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맞으라면 맞는다. 신유신은 맞을 짓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맞고 저기서 맞아서 임팩트가 없었다. 사실 너무 맞는 장면이 많아 불만이었다. 사피영(박주미)에게 맞을 때도 '표현을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면서 소신을 드러냈다.

이처럼 이태곤은 자신이 맡은 인물에 대해 오롯이 책임질 줄 아는 배우다. 소신과 연기관을 지키면서 극을 이끌었고 좋은 결과로 보답받았다.

"저는 제 캐릭터에 대해 흔들리지 않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뭐라 해도 저는 제 캐릭터를 지키고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게 제 강점입니다. 흔들림 없이 뚝심 있게 가는 성격이죠. 실제 제 삶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흔들림이 없었어요. 아무리 어렵고 시련이 와도 항상 묵묵하게 제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그게 제 인간으로서의 강점이고 성공 비결입니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