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 도전' 보치아 대표팀 "급거 귀국 노영진 선수 몫까지 최선 다할 것"

입력
2021.08.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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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간질간질하답니다. 빨리 경기를 하고 싶대요.”

대한민국 보치아가 1988 서울 패럴림픽 이후 ‘9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역사에 도전한다.

임광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보치아 대표팀은 28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정성준(43)의 BC1 개인전을 시작으로 9회 연속 금메달 사냥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에이스’ 정호원(35)을 비롯해 개회식 기수 최예진(30) 김한수(29) 이용진(41) 정소영(33)까지 모두 6명이 출전한다.

예선을 하루 앞둔 27일 대표팀은 약 2시간 동안 훈련을 하며 마지막 전략 및 컨디션을 점검했다. 임 감독은 훈련 후 만난 자리에서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다”고 전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첫 국제 대회다. 경기 감각이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면서 “선수들이 '몸이 간질간질하다. 빨리 경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나 역시 기대된다”며 웃었다.

한국 보치아는 1988년 서울 패럴림픽부터 2016 리우까지 8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임 감독은 “여자 양궁이 도쿄 올림픽에서 9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더 강하게 동기부여가 됐다. 보치아도 9연패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호원도 “요즘 컨디션과 경기력이 매우 좋아졌다.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동안 준비했던 기량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굳은 각오를 선보였다.

중증 장애 선수들이라 훈련 과정이 쉽지 않았다. 감염병에 취약한 만큼 선수 전원이 KF94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했는데 일부 선수들은 호흡 곤란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선수촌에서는 타액 샘플을 제출해 코로나19 검사를 하는데, 선수들에겐 침 뱉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 훈련도 따로 했다고 한다. 임 감독은 “무려 5년을 준비했다.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보치아 대표팀은 개막 직전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꿈꾸던 노영진(28)이 일본 현지에서 갑작스럽게 척수 부근 상태가 악화돼 지난 24일 눈물을 머금고 귀국길에 올랐다. 떠나기 전 노영진은 동료들에게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에펠탑에서 만세를 부르겠다”고 다짐했고, 함께 동고동락했던 대표팀은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노영진은 귀국 직후인 26일 수술을 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감독은 “영진이 어머니가 지난해 암으로 돌아가셨다”면서 “영진이가 어머니 영전에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어했는데, 어머니께서는 아들에게 금메달보단 건강을 선물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선수들과 지도자가 어느 때보다 의기투합하고 있다. 목표 성적을 꼭 달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도쿄 패럴림픽 보치아는 BC1, BC2, BC3, BC4(개인전), BC3, BC4(페어 2:2), BC1-BC2(단체전 3:3) 등 총 7개의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25개 국가에서 115명이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이번 패럴림픽에서 금·은·동 각 1개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치아는 가로 6m, 세로 12.5m의 경기장에서 빨간색 볼 6개, 파란색 공 6개를 굴려 승부를 겨룬다. 표적구(흰색 볼)에 가까이 던진 볼에 1점을 부여한다. 이를 위해 수많은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언뜻 동계올림픽 컬링과 유사하다. 다만 컬링은 표적인 ‘하우스’가 고정돼 있다면, 보치아 표적구는 움직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보치아의 장애 등급은 BC1~BC4로 나뉜다. 뇌병변장애(뇌성마비나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 뇌 이상으로 인한 장애)는 BC1~BC3, 운동성장애는 BC4로 분류된다.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BC3등급은 경기 파트너가 옆에서 도움을 주는데 파트너는 선수 지시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다.

도쿄=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강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