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26일 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정부 외무장관을 지낸 온건 보수 성향 정치인이다. 총재선거는 지난해 9월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치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출마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 사이에 ‘정치가 우리 목소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간절한 목소리가 넘치고 있다”면서 자민당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자민당을 젊게 하겠다”며 이를 위해 자민당 임원의 임기를 최대 3년까지만 가능하도록 해 권력 집중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5년이 넘는 사상 최장 기간 간사장을 맡고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폭넓은 인재, 젊은 인재를 등용하자는 뜻”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돈 문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정중하게 설명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는 “’제로 코로나’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가 당면 목표”라면서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는 사람의 흐름을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면서, “해외의 ‘록다운’을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사업 규모에 따른 지원과 여성·비정규직 지원 등 상당 규모의 경제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국민의 생명, 생활, 사업을 지키기 위해 재정 투입은 확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민당은 이날 총재 선거 일정을 9월 17일 선거 고시, 같은 달 29일 투개표로 정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재선 도전 의향을 이미 밝혔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출마에 부정적 발언을 한 적 있어, 이번 선거는 스가 총리와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시모무라 하쿠분 정조회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도 출마 의향을 밝혔지만 출마에 필요한 의원 20명의 추천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반면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자민당 내 주요 파벌 중 하나인 기시다파의 수장이어서 출마에 문제가 없다.
아베 신조 전 총리나 아소 다로 부총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보수 계열인 그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는 스가 총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민당 내 대표적인 합리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외무장관과 방위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주무장관으로서 아베 전 총리를 적극 설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