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상품권을 판매한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 중 한 곳인 11번가가 환불을 결정했다. e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머지포인트를 판매 중개한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포인트 충전 시 ‘20%할인’이라는 파격 혜택을 내걸었던 머지포인트가 서비스를 축소해 환불 대란 사태가 벌어진 지 2주 만이다.
11번가는 26일 “자사몰에서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포인트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전액 환불한다”고 밝혔다. 환불 근거는 전자상거래법 17조 3항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이를 인지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법 규정을 폭넓게 해석해 적용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1번가가 최근 30일 동안 머지포인트를 팔았던 날은 8월 10일 하루다.
11번가는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서 동시에 환불을 받는 ‘중복 환불’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머지플러스와 논의하기로 했다. 머지플러스와의 정산, 소송 계획에 대해서는 “소비자 피해 구제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머지플러스는 이날 오후 환불을 잠정 중지하며 판매 채널과 조율하겠다고 공지했다.
11번가와 달리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티몬, 위메프는 아직 환불 계획이 없으며 머지플러스와 논의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소비자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소비자는 “파격 타임딜 행사까지 기획한 e커머스를 믿고 1,000만 원 넘게 결제했는데, 이제와서 책임이 없다고 하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e커머스 업체들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판매 분에 대해서만 환불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용자들이 머지포인트를 사서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해 현금성 '머지머니'로 이미 바꿨다면 ‘사용’으로 간주돼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또 원칙적으로 판매 상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이번 ‘머지런(머지포인트+뱅크런)’ 사태를 계기로 판매를 중개하는 e커머스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자와 상품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해놓고 무책임하게 발을 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업체는 머지포인트 서비스가 축소된 11일에도 판매를 계속했다.
e커머스 업계도 재발 방지책을 고심 중인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상품권이 수많은 곳에서 판매됐고, 이마트 등 대기업에서도 제휴를 맺다보니 별다른 의심을 안 했던 것 같다”며 “검증이 안 된 상품권을 타임 딜까지 붙여가며 판 전자상거래업체에 대해 소비자의 분노가 큰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