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시스템은 인력과 자원의 확충 없이 보건의료인의 헌신과 희생에만 의존하면서 붕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감염병 전문가들이 현행 방역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학술단체들마저 K방역이 붕괴 직전이라며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고, 의료인 노조는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정부는 보건의료노조와 26일 오후 '끝장토론'에 들어갔다.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코로나19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긴급 제안을 통해 “방역 인력과 자원을 시급히 확충해 K방역의 기본 원칙이었던 접촉자 추적과 관리 역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K방역이 지속 가능하려면 행정 규제 중심의 방역에서 시민 참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은 "시민, 방역요원, 의료진이 모두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큰 사회적 합의와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보건의료노조 소속 5만6,000명은 다음달 2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황이다. 27일 총파업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데, 노조 측은 압도적 가결을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인력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요구하며 앞서 보건복지부와 두 차례 이미 교섭을 벌였고, 이날 오후 총파업 전 마지막 교섭에 들어갔다.
정부는 노조 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교섭 시작 전 “끝장토론 방식으로 진행하며 서로 터 놓고 충분히 얘기하겠다"며 “코로나19에 너무 많은 의료 인력이 번아웃 상태가 된 사례들을 들었고, 대안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하지만 정부 입장이 여전히 선언적, 추상적인 이야기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지산하 보건의료노조 홍보부장은 “지난 23일 실무교섭에서도 복지부는 ‘재정당국과 협의, 국회에서의 법안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며 "현장 입장에선 실질적이지도 않고 지켜질지 여부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교섭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정부와 노조 모두 일주일 뒤 파업까지 가지 않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며 "합의된 수준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