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최초로 투명 페트병에 담은 맥주를 26일 선보였다. 제품 변질 위험 때문에 유색 페트병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라벨로 빛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맥주업계의 첫 투명 페트병이 환경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롯데칠성음료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처음으로 투명 페트병을 적용한 제품은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420mL 용량이다. 출고가 1,190원으로 캔 제품보다 단가를 낮췄고, 유통기한은 기존 페트병 제품과 동일한 6개월이다. 유리병보다 가볍고 보관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가정용 시장을 겨냥해 420mL 용량으로 먼저 출시한 후 시장 반응과 기술 개발 상황을 반영해 더 큰 용량이나 다른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맥주는 자외선이나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효소와 산소의 산화반응 때문에 산화취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업계는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유색 페트병을 써왔다. 하지만 페트병은 페트와 나일론으로 이뤄진 3중막 복합구조다. 페트 외에 불순물이 함유돼 있어 재활용이 어려웠다.
롯데칠성음료는 라벨로 투명 페트병 전체를 덮어 빛을 차단했다. 대신 손쉽게 라벨을 벗겨낼 수 있도록 절취가 편한 티어테이프(Tear tape) 방식을 적용해 분리 수거의 번거로움을 줄였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절취가 편한 라벨은 판매 전 유통과정에서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위험 부담에도 페트병 수거율을 높이는데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를 필두로 기존의 갈색 맥주 페트병은 점차 업계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2019년 개정 자원재활용법 시행으로 맥주 업계는 5년 안에 유색 페트병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업체들은 새로운 소재 개발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체재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첫 투명 페트병 도입을 두고 환경 개선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캔 사용이 가능한 소용량 제품을 굳이 페트병으로 출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페트병은 1L 이상 맥주 보관 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캔으로 대체 가능한 소용량을 투명 페트병으로 출시하면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