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휘발성이 큰 사안에서도 명쾌한 입장을 밝혀 명성을 얻어왔다. 그런 그가 최근 입을 굳게 다무는 사안이 있다. 국회 내 전운이 감돌고 있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이슈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특유의 엄중함은 벗어둔 채 해당 사안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강성 지지층 구애에 몰두하고 있다.
이 지사는 26일 오후 SBS 인터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명백히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언론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준 권한으로 민주주의를 침해한다면 엄중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세부적 입법 과정과 조문 등은 잘 모르겠다"며 "과실에 대해 입증되지 않는데 추정해서 (판단하는) 것들은 충분한 논의를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단언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법안 취지에는 동의하나 언론계·학계에서 문제 삼는 과실·중과실 추정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관련 질문에 "제가 의원도 아닌데"라며 "원내 일이야 원내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조 전 장관의 딸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결정에 대한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 지사가 말을 아끼는 것은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그는 여권 1위 주자로서 당내 경선 이후 대선 본선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집토끼'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부터 결집해야 하는 당내 경쟁주자들과 다른 접근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때문에 당내 지지층과 중도층의 표심을 의식해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현안에 대해 '전략적 침묵'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위헌 요소가 다분한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모습은 과도한 '부자 몸조심'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사를 추격해야 하는 이 전 대표는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 친문재인계 구애에 올인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답보 상황이 지속되자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적극 화답하면서다. 국무총리 시절 보여줬던 신중한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언론 피해 구제제도가 한 번도 제대로 마련된 적이 없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발전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기자 출신이지만 국내외 언론단체들의 반대 목소리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4일 조민씨에 대한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해서도 "한 청년의 창창한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일"이라며 "부산대의 결정이 성급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