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가려면 기준·목표부터 사회 전반 합의 거쳐야"

입력
2021.08.26 16:00
24면
[김범수의 응시]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최근 일주일간 코로나19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숫자는 1,788명이다. 위중증으로 사경을 헤매다 숨진 사람이 25일 하루만 20명에 이른다. 1차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지난 3차례 코로나19 유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확산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확진자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적다는 것에 안도하기에는 확산 기세가 두려울 정도다.

그런 한편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것을 이유로 코로나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위드 코로나' 체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정부도 공개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24일 만나 코로나 발병 이후 최대 규모의 확진자, 위중증 환자가 나오는 지금 상태는 얼마나 심각한지, '위드 코로나'로 갈 수는 있는 것인지, 간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들었다.

-백신 접종으로 줄어들 줄 알았던 코로나 확진자가 반대로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감염 확산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이 크다. 델타 변이는 기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몇 배나 높다. 예전에 한 사람이 2, 3명을 감염시키던 것이 4, 5명 심지어 9명에게 전파된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초 국내 유행이 시작된 직후에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자발적으로 사회활동을 줄였는데 2, 3차 유행을 거치며 그런 긴장감이 조금씩 느슨해진 것도 상황을 부추겼다. 코로나 상황이 1년 반 넘게 이어지며 사람들이 차츰 거리두기에 지쳐가고 있다.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 뒤 이젠 나아지겠지 하며 풀어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돌파감염이 나오면서 백신이 한계가 있다거나 무용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백신 접종을 통해 궁극적으로 노리는 효과는 입원과 중증 진행을 막고 최악의 경우 사망을 줄이는 것이다. 백신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해 사람 간 전파까지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위중증이나 사망을 막는 것이 우선 목표다. 변이 바이러스로 백신의 효과가 이전보다 떨어진 것은 맞지만 접종자의 경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입원이나 위중증 진행이 상당히 줄었다. 국내도 현재까지 접종자 중 돌파감염은 극히 일부다. 예방 접종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은 화살이 날아오는데 갑옷을 걸치고 맞는 것과 맨몸으로 맞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데 국내 중증환자가 최대인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위중증 환자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전체 숫자로는 지난해 말 3차 유행 때와 비슷하지만 그때는 요양병원 등에서 중증환자가 많이 나왔다. 지금은 그때보다 치명률이 낮아졌고 위중증 환자가 고령자 중 미접종자나 아직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50대 이하에서 늘어났다. 예방 접종이 아니었다면 3차 때보다 훨씬 심각해 아마도 의료 체계가 무너졌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병상이 부족하다고 한다.

“지금처럼 매일 1,500~2,000명 환자가 계속 누적되면 젊은 사람이 많아 위중증 비율이 적어졌다고는 해도 병상 핍박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백신 효과로 치명률은 낮지만 평상시 건강했던 젊은 환자가 많아 이들을 치료해야 하는 의료진으로서는 1년 반 심신 소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회복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정부는 10월까지 백신 접종 70%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접종이 그정도 되면 코로나 상황이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

“2차 접종이 70%에 이르면 상당히 안정적인 상황이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중증화나 사망률은 연령이 10살 올라갈 때마다 3배 정도로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70대 이상에서는 감염자 4명 중 1명이 숨졌다. 50대 이상 연령대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최대한 빨리 예방접종을 마쳐야 사회 전체적으로 위중증, 사망자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더 이상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1명이 3명을 감염시키는 상황을 전제로 70% 면역을 집단면역으로 봤지만 그보다 전파력이 강한 데다 돌파감염까지 가능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의미가 없어졌다. 어느 정도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이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계속 변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집단면역은 신기루로만 존재할 것이며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코로나와 공생을 꾀하는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다.

“아직 ‘위드 코로나’가 무엇인지, 어떤 목표를 향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합의되지 않았다. 확진자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위중증 환자나 치명률 관리로 가야겠다고 한다면 의료체계를 염두에 둔 체제 전환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를 모두 생활치료센터나 의료기관에 격리하고, 자가격리자나 환자가 다른 문제가 생겨도 의료기관 방문이 어렵고, 일부 의료기관에 치료가 집중되는 현재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플루엔자나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서는 그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증상이 없거나 경증인 경우 자가치료로 전환한다면 그걸 주위의 이웃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문을 열면 환자가 늘어날 게 분명한데 환자가 생길 때마다 누군가의 책임을 묻고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한다면 그걸 ‘위드 코로나’라고 할 수 있겠나.”

-정부가 9월 말 10월 초쯤 ‘위드 코로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와 공존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이나 정부의 검토는 순전히 의료적인 차원의 이야기다. 현재 보건소 등의 공무원이 1명당 2명의 자가격리자를 관리한다. 하루 평균 몇 만 명의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상황을 이대로 이어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전환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를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집단면역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듯 ‘위드 코로나’를 위해 방역은 물론 의료체계, 사회, 경제,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전략을 짜서 무엇을 준비하고 그에 따라 행동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해외에서 ‘위드 코로나’로 가는 나라들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중앙정부 주도의 봉쇄나 감염자 추적, 확진자 집계 등 기존 방역 조치를 폐기하고 여행이나 대규모 사적 모임을 허용하는 코로나와의 공존 로드맵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거리 두기 전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다. 단계적으로 조금씩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애초 생활치료센터 격리라는 것이 없었다. 코로나에 걸리면 집에 있다가 외래 다니면서 치료하거나 입원했지 한 곳에 격리한 것이 아니라서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그냥 외국이 했다고 우리도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하면 환자가 늘어날 게 뻔하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늘어난 환자는, 그리고 위중증 환자는 어디서 수용할 건가. 생활치료센터를 더 확충하면서 대응할 건가. 또 상급종합병원 등에 병상 내놓으라고 할 건가. 다들 고통스러우니 거리 두기 완화하자는 방향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 의료 역량을 지금보다 더 충분히, 체계적으로 갖추어야지 급해진 뒤 병상 내놓으라는 식의 대응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의료 상태로는 당장 코로나와의 공존은 무리라는 말인가.

“지금까지 오랜 거리 두기가 실은 공존을 위해 시간을 벌고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장기적으로 의료 체계를 정비하는 등 공존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의문이다. 지금도 3차 유행 때처럼 그때그때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공포와 불안감이 아닌 과학적 사실과 장기적인 전략에 근거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필요도 있다. 국민들도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도입할 수 있나.

“중환자 숫자나 치명률 지표, 경제 지표, 교육 관련 피해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서 예방접종률이 상승하면서 그리고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서 어느 정도 규모로 환자가 발생할지 예측하는 모델 등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정도 피해는 감수하더라도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가자는 사회 전반의 합의가 중요하다. 그건 의료나 방역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책임이다. 그런 논의를 시작해서 합의를 끌어내는 작업을 더 늦지 않게 해야 한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80%에 가까운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영국 등이 마스크 착용 이나 유흥업소 운영 제한 등 거리 두기 완화 뒤 확진자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명률이 낮아진다고 해도 바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오랫동안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다. 환기가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것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조만간 가능한 코로나와의 공존 방식은 야외에서 마스크 벗고 활동하는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이 상당히 올라가고 매우 효과적이라면 조금씩 사정이 나아질 것이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는 의료 체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생활치료센터는 치료보다는 의료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증 환자를 격리할 목적으로 연수원 같은 시설을 활용한 것이다. 코로나 발병 초기에는 성공적이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증상이 악화해 병원으로 옮겨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최근 보듯 적은 의료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돌보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체제도 바뀌어야 한다. 고위험군은 의료기관에 가고, 나머지는 집에서 치료받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사회 등과 연계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에 보내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증상이 나빠진 환자를 이송하는 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인공호흡기나 고유량 산소치료 장비 등을 갖춘 중환자 이송용 특수구급차는 지금 턱없이 부족하다. 거기에 따르는 인력도 보강해야 한다.

다인실 중심의 의료기관 시설이나 공간으로는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기 어렵다. 1인실 중심으로, 그리고 격리가 가능한 시설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지원하고 개선해야 한다. 평상시에도 충분하지 않은 인력으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보는데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려면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의 인력을 증원하고 인건비나 위험수당 등을 지원해야 한다.”

-등교 수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학교의 경우 방역 대책이 엄격하다지만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아이들의 감염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어린이 감염자가 늘고 있다.

“교육이 어느 정도의 감염 위협까지 감수하고 지킬 만한 것인가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 2학년의 대면 교육이 그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한다. 대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1년 반을 거치며 학교의 방역 태세가 어느 정도 준비됐다면 할 수 있다. 고려해야 할 다른 변수도 있다. 확진자가 생길 위험이 충분한데 그런 상황을 학부모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가 감염되면 떼어둘 수 없으니 가족 단위 격리 체제도 갖춰야 한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역학조사나 접촉자 관리 역량도 커져야 한다. 당연히 관련 비용이나 인력 충원 등의 지원이 따라야 한다.”

-‘위드 코로나’ 체제로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는 예방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백신을 충분히 가져와서 접종 속도를 높여 국민 대다수가 하루라도 빨리 맞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는 거리 두기 전략을 지금과는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두꺼운 매뉴얼을 만들어 계몽하는 식이 아니라 총론적으로 이런저런 건 위험이 없고, 이건 해서는 안 되고, 어떤 건 좀 준비하면 잘 할 수 있고 하는 식으로 정리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마스크를 포함해 ‘위드 코로나’라고 다 없어지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조사 평가에 바탕해 효과가 높은 건 코로나 공존 체제에서도 유지하고 효과가 없는데 부담 많은 건 없애 국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 단계적 완화를 준비하고 국민에게 지금부터 얘기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는 방역과 의료인데 단순히 병상 숫자만 점검할 게 아니라 늘어나는 위중증 환자 대응을 위한 의료진 확충과 의료체계를 어떻게 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병상은 어떻게든 마련한다고 해도 위중증 환자 한 명을 서너 명이 감당하는 코로나 상황에서는 의료인력 지원이 없으면 대처가 어렵다. 역학조사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사회, 경제, 교육을 아우르는 토론과 합의를 각 영역에서 서둘러야 한다.”

김범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