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제조기' 김이나의 특별한 '위로법'

입력
2021.08.27 08:10
자극적인 콘텐츠 속, 차별화된 잔잔한 위로 
'하트시그널' '싱어게인' 등 꾸준한 명언 제조기

말로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가운데 작사가 겸 방송인 김이나의 특별한 위로가 유독 눈길을 끈다. '명언 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김이나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잔잔한 물결처럼 어루만진다.

김이나가 이끄는 카카오TV '톡이나 할까?'는 대화 없이 카톡으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새로운 포맷으로 말보다 톡이 편한 젊은 세대를 저격한 프로그램이다. 톡터뷰어 김이나가 카톡 대화만으로 인터뷰를 나누는 콘셉트로, 말 한 마디 없는 가운데 전달되는 감정들과 묘한 긴장감을 섬세하게 그려내 말보다 카톡 대화를 편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그간 김이나는 고민 상담이 주특기라고 자부한 만큼 따스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매주 가수, 배우, 뮤지컬 배우는 물론, 건축가 유현준, 평론가 이동진, 소설가 김영하, 정세랑, 일러스트 작가 구경선, 번역가 황석희 등 사회 각계각층의 톡터뷰이들이 펼쳐내는 솔직유쾌한 톡담으로 시청자들의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대화에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묵직한 감정이 전달된다. 다양한 직업군을 만나며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는 김이나의 특별한 화법 덕분이다. 김이나는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에 맞춘 탄탄한 사전 조사를 토대로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며 자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한다. 재치있는 입담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그만의 강점이다.

그의 유쾌한 필담은 위로할 때 더욱 빛난다. 또 각 회마다 게스트에게 적절한 화두를 꺼내며 칭찬과 위로를 전한다. 앞서 공개된 '톡이나 할까?'에서 선미와 만난 김이나는 "'가시나', '꼬리'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단어를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었다. 선미의 역할이 너무 좋고 필요하다고 본다. 오염된 단어들을 다시 닦는 것"이라 칭찬했다.

또 입대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 태민은 김이나에게 "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극복하냐"고 물었고 김이나는 "어떻게든 쓴다"면서도 '힘 빼는 미학'을 추천하며 진심 가득한 위로를 전했다. 아울러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보다 약간의 즉흥성마저도 역사가 되는 것이 아티스트"라며 유연한 태도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고민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과정에서 듣는 이는 자신의 고민을 쉬이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김이나는 일반인들과의 고민 상담에도 색을 잃지 않았다. 최근 시청자들과 일대일 대화를 진행한 김이나는 연애에 실패한 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를 위로하면서 따스한 말을 전했다.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이나의 화법은 아주 오래 전부터 켜켜이 쌓여온 경험의 결과물이다. 채널A '하트시그널', JTBC '싱어게인', MBC 표준FM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 다양한 통해 축적한 김이나만의 언어가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김이나의 언어는 유난스럽거나 튀지 않는다. 일상적이고 부드러움이 묻어나는 단어들이 엮여 큰 위로로 스며든다.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서 편안한 '보통의 언어'가 한 줄기 감정을 이루고 파장을 일으킨다. 진심을 담지만 과하지 않은 김이나식 화법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장되길 염원한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