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돈줄 죄기를 본격화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1년 넘게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했던 한은이 이날 금리를 올리면서 초저금리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 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삐 풀린 가계부채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금리 인상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한은은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시장 거품 등 금융불균형 상황을 경고하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수차례 예고해왔다. 지난 5월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한 첫 운을 뗐던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금융불균형 누적의 부작용이 커져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를 내비쳐왔다.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의 오름세를 보인 물가 역시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1.8%에서 2.1%로 올려 잡았다.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회복 등을 고려할 때 가격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우리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발표한 종전 4.0%로 유지했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백신접종 확대, 추경 집행 등으로 민간소비가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