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앞둔 아프간인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그저 고마울 뿐"

입력
2021.08.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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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지 이슬라마바드공항서 인터뷰
"탈레반 마주쳐 먼 길 돌아 공항 도착"

26일 한국 땅을 밟게 된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은 ‘옛 동료’를 잊지 않고 자유를 선사한 한국에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탈레반의 감시를 피해 우리 공군 수송기를 타기까지 맘 졸여야 했던 순간들도 담담하게 회고했다.

외교부는 아프간 카불 공항을 떠나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공항에서 진행한 피란민들과의 인터뷰 영상을 25일 공개했다.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아프간 여성 A씨는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는 “카불 공항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면서도 “가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야만 했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을 태운 버스는 탈레반이 있다고 알려진 고속도로를 피해 운행했고, 다행히 검문소는 맞닥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뷰를 볼 한국 사람들과 한국 정부에 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저 고맙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라고 답한 뒤 엄마 품 안에서 보채는 어린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프간 남성 B씨는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 일했던 사람들을 찾고 있다”고 증언했다. 아프간에서 계속 살기엔 너무 위험해 한국행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카불공항 상황에 대해선 “여권이 있거나 없거나 너도나도 공항에 들어가려다 보니 TV 화면에 비치는 것처럼 혼란만 가득하다”고 전했다. B씨는 “나와 가족을 도와준 한국 정부에 고맙다”며 감사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공항 이동 길에 탈레반과 조우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를 겪은 피란민도 있었다. 한국 기관에서 근무한 남성 C씨는 “탈레반이 검문하면서 카불 공항 진입을 불허해 먼 길을 돌아 가까스로 공항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와 다른 가족이 아프간에 남아 걱정된다”며 어두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