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권익위 때리기' 모드로... 하루 만에 태세 전환

입력
2021.08.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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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결집·외부 비판 차단 포석
소명 안 된 의원 6명은 부담으로
"대선주자도 권익위 조사받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국민권익위원회 때리기' 모드로 전환했다.

권익위는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24일 이 중 6명에게 탈당을 요구하거나 제명하기로 하는 등 권익위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얼굴을 바꿨다. 권익위의 부동산 조사가 불공정하고 부실하다는 것을 표적 삼아서다.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 표명으로 인한 당내 혼란, 부동산 의혹 의원의 절반은 봐 줬다는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외부의 적'을 찾은 것이다.


부실 조사 명분 삼아 공세... 내외부 비판 희석

이준석 대표는 25일 권익위 조사의 허술함을 문제 삼았다. "의원 본인이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부동산 거래) 행위의 주체가 아님에도 '연좌의 형태'로 의혹 제기를 했다. 최소한의 조사 구성 요건이 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 대표가 권익위 공세로 방향을 튼 것은 당내 후폭풍을 막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차원에서 의원 6명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타당한 결정이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대선 포기 결심이 당내 강경 여론에 불을 지른 측면도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권익위가 의도된 각본에 따라 조사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선주자들도 “권익위가 지목한 더불어민주당의 투기 의혹 의원이 12명인데 국민의힘 의원도 12명이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유승민 전 의원), “문재인 대통령도 (윤희숙 의원 아버지처럼) 농지법 위반을 뭉개고 있다”(원희룡 전 지사) 등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대선주자도 모두 권익위 조사 받자"


권익위 조사 결과에 무조건 반기를 드는 것이 민심의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국민의힘 일부에 있다. 당 관계자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조사 결과 등에에 따라 나중에 부메랑이 될 수 있으니, 지금은 억울하더라도 성실히 무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게 맞다"고 했다.

12명에 대해 당지도부가 혐의가 의심되는 6명과 의혹이 소명된 6명으로 자의적으로 나눈 것이 자충수였다는 지적도 있다. 6명에게 면죄부를 주는 대신 다른 6명에 대해선 정치적 유죄 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탈당을 요구받은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녀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철규 의원은 한국일보에 “당 지도부 결정에 동의할 수 없고, 당에 남아 절차를 밟겠다”며 "당이 의혹을 확인을 하고 나서 조치를 하는 것이 정상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검증'은 대선의 주요 이슈로도 떠오를 조짐이다. 홍준표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주자들도 권익위를 통해 전부 부동산 조사를 받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도 동의했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