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 와중에… '백신 선물' 들고 베트남 찾은 美부통령

입력
2021.08.25 15:00
패전국 베트남서 발언 나올지 주목 
베트남, 백신 100만회분 추가 확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공교롭게도 ‘제2의 베트남전’으로 불린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벌어진 시점에, 미군이 과거 철수 때 애를 먹었던 베트남을 찾은 것이다.

25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밤 싱가포르를 떠나 수도 하노이에 도착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베트남 지도부 예방 등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다만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외국 정부 지도자의 현지 기자회견을 별도로 허가하지 않아 왔던 터라, 해리스 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아프간과 베트남을 연계 언급하진 못했다.

여기에 해리스 부통령의 방문 직전 주베트남 미국 대사관 직원 2명이 '아바나 증후군' 의심 증상을 호소한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현지에서의 예상치 못한 위험이 확인된 이상, 발언의 자유도가 높은 부통령의 현지 개별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아바나 증후군은 해외 미 대사관 직원들이 현기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증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세력에 의한 극초단파 공격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참전을 상대로 방어해 냈던 베트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백신 확보에 주력했다. 실제로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과 팜민찐 총리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의 회동에서 미국산 백신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다.

상황을 예견한 미국은 100만 회분의 백신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추가 공급키로 약속했다. 이로써 미국이 베트남에 제공한 백신은 총 600만 회분에 달하게 됐다. 베트남은 전날도 1만81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남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백신 선물을 앞세워 남중국해 영유권 논란 등 안보 이슈와 관련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했다. 이와 관련 해리스 부통령은 푹 주석과 만나 "남중국해에서 진행 중인 중국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자"며 "해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베트남에 해안경비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최근까지 중국과 가장 첨예하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다투는 국가다. 미국은 남중국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을 오가는 자국 선박들의 항행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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