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등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인 김남국 의원은 2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법안은 거의 20년 전부터 언론개혁 법안의 핵심으로서 논의가 되어 왔던 안"이라며 "가짜 뉴스, 오보에 의해서 피해를 받았던 많은 국민들이 일정 부분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늦었다"며 "많은 국민이 언론개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왜 이제야 이 법안을 만들었냐라는 국민적 비판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라디오에 출연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법안이 "권력자 감시 보도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위축 효과'가 발생한다"며 "권력자들이 추가 취재라든가 보도를 봉쇄할 수 있는 봉쇄 전략으로 쓰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대권 주자 몇몇도 이 법안을 걱정하고 있고, 소수 야당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양심 있는 의원들이 용기를 내서 바로잡아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최형두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두고 "세상에 없는 5배 징벌적 손배소를 언론에 부과하는 것은 자칫 언론에 가장 중요한 제4부의 기능, 즉 권력감시를 봉쇄할 수 있고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겁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도 악의적 보도에 대해선 처벌이 이뤄지고 있고, 손배소도 2억 원·3억 원씩 들어온다"며 "이게 (징벌적 손배소 5배를 적용해) 10억 원, 20억 원씩 기자 개인한테도 소송이 들어오게 되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중과실을 추정하는 기준인 '현실적 악의'를 입증하는 책임이 언론에 전가가 된 점도 지적하면서 "고의 중과실 추정이라고 하는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전환시키는 것을 빼지 않는다면 위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특히 고위 공직자나 권력 주변의 사람에 대해서는 허위라고 주장하면 본인이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고위공직자의 손배소를 둘러싼 핵심적인 절차인데 (현재 법안은) 그 절차를 불필요하게 슬쩍 언론사에 전가해 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남국 의원은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오보 등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피해 구제와 관련되어서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명예훼손의 경우 실제 법원으로 가게 되면 정신적 손해를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평가가 굉장히 인색하기 때문에 42%가량이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정도 손해배상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때문에 탐사보도나 공익보도도 못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처벌되는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일 것"이라며 "공익보도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면책 조항을 놓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취재를 하기만 한다면 이 법으로 처벌될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형두 의원은 실효성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지금은 전통 미디어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 뉴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정보가 넘친다. 여기에는 가짜 정보, 허위 정보, 악의적 사기도 있다"면서 "가짜뉴스의 출처가 어디인지 살펴보면 민주당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전통 미디어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도 "언론 못지않게 유튜버나 SNS, 파워블로거 이런 분들도 인플루언서로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 부분도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런 부분을 질책해 주시면 따끔하게 비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1인 미디어를 언론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성격으로 규정할 것인지, 규제할 때 무조건 형사처벌 등 징벌적 처벌로 갈 것인지 다른 행정 규제를 도입할 것인지 등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징벌적 손해배상에서는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언론의 책임과 개인 1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