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으로 접고, 투명 디스플레이까지… 어떻게 가능할까

입력
2021.08.28 04:30
13면
OLED로 진화하면서 폴더블,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
폴더블의 핵심은 내구성...접힘 부분 응력 최소화
20만 번 접고 펴는 내구성 테스트 통과
투명 OLED 투과율 40% 이상...광고업계 주목

디스플레이의 진화가 눈부시다. 뚱뚱했던 브라운관이 날씬해지면서 접히더니, 이젠 투명한 화면으로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폴드3'의 경우 화면을 20만 번 접어도 끄떡없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전(深圳) 지역의 지하철 객실에 창문형 투명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평소엔 유리처럼 바깥 풍경을 보여주면서도 필요할 땐 실시간 운행 정보 등을 화면에 띄워준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현실로 다가온 모습이다. 이런 기술은 어떻게 가능할까.


하루에도 수십 번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내구성 높이는 게 핵심기술

접히는 형태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나 투명 디스플레이 모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발전시켜 개발됐다. OLED는 액정화면(LCD)과 달리 자체 발광의 특징을 갖고 있다.

LCD에선 빛이 여러 필터 등을 통과해 색을 만들어낸다. 이에 필연적으로 화면 뒤에서 빛을 제공하는 '광원(백라이트)'이 필요하다. 하지만 OLED의 경우 소자들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별도의 광원이 필요없다. OLED 패널이 LCD보다 날씬한 이유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이런 OLED의 특징을 극대화해 절반으로 접거나 휠 수 있는 화면 제작 단계에 다다랐다.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 외부 소재를 딱딱한 유리에서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이미드(PI)'로 대체했다. PI는 애초에 액체 상태인 만큼, 유연하고 강한 데다, 두께도 얇게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내구성이 문제였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에 적용할 경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접어졌다가 펴야 하는 만큼 내구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엔 무용지물이다.

열쇠는 화면을 접을 때 접힘 부분에 가해지는 힘(응력)의 최소화에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두께 최소화에 착수했다. 물체가 휘어질 때 받는 저항은 두께가 얇아질수록 낮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디스플레이 구조 설계를 폴더블 환경에 맞춰 새롭게 구성해야 했다. 물리적으로 부착해왔던 터치센서, 편광판 등 외부 부품들을 디스플레이 패널에 내장하는 등의 방식을 도입한 이유다.

화면을 접었다 펴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이루고 있는 층(레이어)간 결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패널의 층과 층은 접착제가 아닌 점착제로 붙어있는데, 점착제는 마치 포스트잇처럼 떼었다 붙이기를 반복할 수 있는 물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PSA 소재의 점착제를 사용했다. PSA는 손가락 등의 가벼운 압력에 의해서도 쉽게 피착물에 붙일 수 있는 성질을 지녔다. PSA를 활용하면서 폴더블 OLED 층들을 서로 붙어 있게 하면서도, 접었다 폈을 때 패널의 적층 구조를 유지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덕분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는 독일 인증기관인 뷰로 베리타스에서 20만 번의 폴딩 테스트를 통과했다. 또 영하 20도의 극한 상황에서도 3만 번 테스트도 검증받았다.


유리창에 도전하는 투명 디스플레이...무궁무진한 활용성

투명 디스플레이는 빛을 투과하는 성질을 지닌 패널에 다양한 정보를 띄우는 방식의 화면이다. 크게 투사형과 투과형으로 나뉜다

투사형은 빔 프로젝트에서 쏜 빛을 유리나 안구에 투사하는 방식이다. 속도나 이동 방향을 전면 유리에서 보여주는 자동차용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투과형은 빛을 발하는 디스플레이 소재 자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식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의 형태다.

그동안 투과형 디스플레이는 LCD를 사용해왔다. 문을 열지 않아도 내부 보관물을 보여주는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LCD는 기본적으로 백라이트에서 빛이 나오면 편광판, 유리, 액정 컬러필터를 거쳐 색을 갖게 된다. 빛을 차단하거나 통과시키는 원리를 통해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빛을 완전히 통과시키면 앞뒤가 다 보이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된다.

하지만 LCD 내부에 백라이트, 편광판, 유리, 컬러필터 등이 있는 만큼 이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투과도(빛이 물체를 통과하는 정도)가 점점 낮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LCD 기반 투명 디스플레이의 투과율은 10%대에 그쳤다.

반면 OLED는 소자가 직접 빛을 내는 만큼 백라이트, 컬러필터 등이 불필요해 투명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데 유리하다. OLED 패널은 양극과 음극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인 OLED에서는 빛을 외부로 보내는 양극은 투명한 소재를 사용하는 반면 음극은 알루미늄 등을 써왔다.

투명 OLED에서는 색을 표현하는 부분을 제외한 양쪽 모두를 투명한 소재로 채택했다. 금속을 아주 얇게 펴면 투명해지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현재 투명 OLED의 투과율은 40%대로, 일반 유리의 투과율이 70%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두께가 얇아질수록 전기 저항이 커지는 한계도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투명 OLED 디스플레이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광고시장에서는 제품과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상품 위에 직접 화면을 보여줄 수 있어 광고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가정 내에서도 창문에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시간, 날씨 등의 생활 정보와 함께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또 외부 온도를 감지, 온도에 맞게 창문의 투과율을 변경해 채광도 조절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열렸던 소비자가전박람회 'CES2021'에서 공간을 분할하는 파티션으로 투명 OLED TV를 활용하고, 침대 발치의 프레임에 투명 OLED TV를 수납하는 등 투명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가정 환경 구현으로 화제를 모았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의 미래는 결국 화면을 자유자재로 변형해 우리의 생활 속에 화면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이라며 "폴더블과 투명 디스플레이 모두 기술 진화 과정 속에 있는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