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비상사태 발생 6개월…속 타는 현지기업들 ‘발 동동’

입력
2021.08.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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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이 미얀마 현지에서 진행 중인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건설사업은 6개월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한·미얀마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추진됐지만 발주처인 미얀마 정부가 지난 2월 비상사태 선포 이후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사업의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다. GS건설 관계자는 “공사 현장이 이달 말까지 락다운(봉쇄 조치)된 상태”라며 “올해 10월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몰라 지금으로선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당장 국내 기업들이 참여한 건설과 토목, 발전 등 공공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가 모두 중단된 데다, 현지 정부에선 사업 기간의 연장 여부조차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프로젝트 수주기업에 공급할 목적으로 자재를 쌓아 뒀던 국내 협력사들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한-미얀마 간 자가격리 면제협정도 체결돼 있지 않아 출장자가 현지에서 발주처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4주를 기다리다 화상회의만 30분 하고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현지에 나간 국내 유통업체들의 매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얀마 중앙은행에 따르면 비상사태 발생 직전인 1월 29일 달러당 1,330짜트였던 현지 환율은 지난 13일 기준 1,650짜트로 약 24%나 상승했다. 환율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내수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었고, 여기에 미얀마 정부가 잇단 강제휴업과 봉쇄조치에 나서면서 영업조차 힘든 형편이다.

수입 통관도 문제다. 한국 제품의 경우 현지에서 통관에 한 달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2~3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 통관 비용이 2배로 급증했다”며 “제품 수입을 포기하는 업체들까지 나오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얀마 내 불었던 ‘K뷰티’ 바람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현지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네이처 리퍼블릭, 토니모리, 미샤 등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 비상사태 국면과 함께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화장품과 미용제품의 판매실적이 최근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기업의 제품 홍보를 맡았던 배우가 미얀마 군부와의 연관성을 의심받으면서 K뷰티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며 “온라인 판매로 실적부진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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